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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어 뮤지컬 This is a Musical - 99개 작품, 350개 넘버로 만나는 뮤지컬의 재발견
최지이 지음 / 라곰 / 2023년 5월
평점 :
처음 책을 펼쳐 목차를 봤을 때 내가 아는 뮤지컬과 궁금했던 뮤지컬이 많아서 좋았지만, 새삼 정말 많은 뮤지컬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표지에도 쓰여있지만, 프롤로그에서 또 한 번 저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99개의 작품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한 권에서 다루는 작품 수가 많으니 한편 당 이야기가 너무 짧아 아쉽진 않을까, 단순하게 소개에서만 끝나는 책인 건가 많이 궁금했는데, 다행히도 짧은 본문에도 있을 건 다 있는 책이었다.
이 책 <디스 이즈 어 뮤지컬>이 다채로운 뮤지컬을 즐기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 되길 바란다며 저자는 수많은 뮤지컬 작품을 소개하는 가이드를 자처했는데, 가끔은 가이드 도중에 어쩔 수 없는 본업(뮤지컬 배우) 모멘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넘버가 부르는 사람에게 더 고난이도인지, 어떤 식으로 그 넘버를 소화해야 할지, 어떤 장면에서 특히 배우의 감정 컨트롤이 중요하다든지 등등 뮤지컬 배우에게 듣는 생생한 뮤지컬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붉은 글씨로 큼직하게 쓰인 뮤지컬 작품의 제목 밑으로 부제 혹은 간단한 소개 글 한 줄과, 작사 작곡가의 정보, 초연 정보, 그리고 주요 넘버들의 제목을 보여준다. 그 후 저자의 가이드, 즉 본문이 시작된다. 간단한 줄거리나 작품의 특징 외에도 인상적인 넘버, 곡의 구성과 감상 포인트, 공연이 전달하는 메시지 등을 이야기하고, 가끔 지난 공연들에서 활약한 배우들의 이야기나 저자가 느낀 장단점도 말해준다. 국내 상연 작품의 경우 공연제작 비하인드나 무대 비하인드도 종종 등장한다. 줄거리와 주인공 소개를 항상 우선적으로 쓴 글은 아니고(그래도 대부분 주인공의 이름과 주요 장면 설명은 포함된다), 분석평가에 치중된 글도 아니어서 뮤지컬 전문가가 작성한 '뮤지컬 감상문'같은 친근한 느낌도 든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연을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re, 관객 참여형 공연)라고 부른다거나, 해외 뮤지컬을 수입해올 때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뮤지컬'과 각색과 변형이 가능한 '논레플리카 뮤지컬'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 등등 뮤지컬 관련 개념이나 정보를 조금씩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후자의 경우 뮤지컬 <드라큘라>를 브로드웨이판과 체코판으로 나누어 소개할 때 나오는 내용인데, 이 부분을 통해 내가 예전에 봤던 <드라큘라>가 한국식 각색을 거친 체코판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국내에선 영화로 먼저 선보였던 '디어 에반 핸슨'이 드디어 내년에 국내에서 초연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접했다.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이고 다양한 뮤지컬을 살짝씩 맛보기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보고 싶은 뮤지컬 리스트를 채워나갈 수도 있고, 자신이 본 공연들의 코멘트를 찾아보며 기억을 떠올리기도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도중이었던 지난 주말 나는 뮤지컬 <호프>를 보고 왔다. 가나다 순서로 차례가 짜였기에 번외 편을 제외하면 제일 마지막에 소개된 작품이었다. 빨간 글씨로 쓰인 넘버의 가사를 보는 순간 멜로디가 자동 재생되어서, 공연을 보고 난 후 여운을 즐기기에도 정말 좋은 책이라는 걸 느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