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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그들의 뼈는 어떻게 금메달이 되었나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5월
평점 :
올림픽과 해부학? 작가의 전작인 미술관과 해부학보다는 연결 짓기 쉬운 편이지만 이야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무척 기대됐다. 이 책은 하계올림픽 종목 중 복싱부터 서핑까지 총 28종목을 선별하여 해부학자의 시선을 곁들여 정성껏 해설한다.
각 종목의 기원, 역사, 규칙, 기술, 인기도나 최근 이슈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그 종목과 관련된 유명 인사들의 이야기(예를 들어 레슬링을 즐겨 했던 몸짱 철학자 플라톤부터 시작해 올림픽 스타들의 화려한 활약상의 비밀과 기록들까지)와 더불어 종목별로 단련되거나 손상되기 쉬운 여러 신체 부위들, 올림픽 영웅들의 활약상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해부학적 특징들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글 사이에는 긴박감 넘치는 운동 경기의 한 장면과 뼈와 근육(가끔은 뇌와 혈관, 장기까지도 보이는) 인체의 해부도가 함께 삽입되어 있다. 지난번 저자의 책에서도 느꼈지만 이렇게나 뼈 그림이 많이 나오고 낯선 근육 이름과 신체기관의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데 재미있게 읽히는 게 조금 신기하다. 해부학자의 해설에 따르면 인간의 몸에는 칼도 있고, 안장도 있고, 노도 있고 그 밖에도 참 다양한 것들이 있다.
조던이 더욱 놀라운 건 순간적으로 공중에 3초 이상 떠 있을 수 있는 능력이다. 최소한 3초 동안만큼은 조던이 공중부양을 한다는 얘기다. 비행기 (airplane)의 '에어'가 그의 성(姓) 앞에 붙게 된 연유다. 실제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한 기자가 조던에게 "당신은 하늘을 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던은 망설임 없이 재치 있게 답했다. "조금은요!"
이쯤 되면 해부학자인 필자는 조던의 무릎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가 뛰어 날이 올라 시원하게 덩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운동이나 훈련을 통해 얼마나 높게 점프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조던, 아니 인간의 몸을 해부해 보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중 131p )
각 스포츠 종목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데다가, 펜싱경기를 보며 복장뼈를 떠올리는 의대생(혹은 해부학자)의 일반적인 시선과 사고 회로 자체가 일반인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유연하게 전개되는 모든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의대생들이 보면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신선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를 추천해 주고 싶다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