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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ㅣ 담푸스 세계 명작 동화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사이토 다카시 엮음, 다케다 미호 그림, 정주혜 옮김 / 담푸스 / 2018년 2월
평점 :
스스로를 '이 몸'이라 칭하고 인간에 대한 서슴없는 폭로를 내뱉으며 암컷 고양이 얼룩이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는 걸 은근히 즐기는 인물이 있다. 이 발칙한 인물은 아직 이름도 없는 '고양이'로 능글맞지만 사랑스러워서 이 책마저도 사랑하게 만든다. 원작은 나쓰메 소세키의 동명 소설이다. 책의 말미에 쓰인 엮은이 사이토 다카시의 말에 따르면 원작 소설은 제목과 내용의 파격은 물론, 소설의 문장들은 '제대로 익히기만 하면 현대 일본어의 기본이 다져질 정도로 좋은 문장'(엮은이의 후기 中)이라고 하니 이 동화책의 문장 역시 원작에서의 문장을 그대로 따오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원작이 워낙 유명해서 줄거리 등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본문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동화책으로나마 실제 글을 접해보니 원작에 더더욱 흥미가 간다.
유쾌한 줄거리와 사랑스러운 등장인물,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꽉 찬 삽화는 동화책을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특히 동화책의 장점이자 강점은 삽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그림은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에 플러스 효과를 받아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림작가 다케다 미호는 <마스다 군>시리즈, <웅성웅성 숲의 고집쟁이 시리즈> 등 많은 책을 작업한 베테랑이자 유명 작가였다. 개인적 취향으로 그림을 보고 동화책을 선택하는 사람으로서 '다케다 미호'라는 이름을 기억해둬야겠다.
줄거리가 소설 원작의 부분을 취하고 있다 보니 맨 마지막 장의 마무리가 이야기로서는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장면 자체가 선사하는 유쾌한 매력을 부인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서생이라는 인물을 포함한 인간들의 별 볼 일 없음을 폭로하며 고정관념을 깨어주는 것이 (원작에서) 전체 이야기의 핵심이라 치면 유쾌하게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깨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