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 -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예술대중화 전략 Dahal Art Book 다할 아트 북
고동연 지음 / 다할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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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가 마치 논문의 서론같다. 본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 저자가 목격한 동아시아 현대미술의 현황, 그로인해 파생된 질문들과 그에 대한 해답의 필요성까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와 앞으로 나오게 될 내용의 이야기만으로 20페이지 가량의 소개를 한다. 친절하지만 가벼운 미술사에 대한 책이 아님을 주지시켜주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50년간의 현대미술사를 소개하는 책,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50년동안 다양한 변화와 적응을 거치며 발전한 한중일 세나라의 미술사 중에서도 세계(특히 비서구권에 해당하며 동아시아권 작가들이 도전하게 되는 시장규모가 큰 서구권)로의 진출과 미술가로서의 성공(경제적인 성공 + 더 많은 대중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이뤄낸 전략적인 사례들을 찾아 분석하고 비평한다.

예를 들어 표지에 그려진 작품은 일본작가 다카시 무라카미의 <벚꽃>이라는 작품이다. 그는 일본 내에서 철학과 미학적인 비평보다는 산업적인 전략에 대한 평가가 두드러진 작가로 국제적으로 성공한 유형의 예술가이다. <제1장 로컬 소프트파워의 전 지구적인 해석: 도쿄 팝아트와 오타쿠의 배신>에서는 국제적 성공을 이루어낸 무라카미의 전략과 그와 다른 방향성을 지닌 아이다라는 작가의 작품과 진출전략을 비교하며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지닌 '소프트파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동아시아권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안적 전시장의 등장'에 대한 예시와, 중국만이 가진 특수한 현대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이 택한 전지구화 전략과 변화 및 적응 모습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했었는데 앞에서 다룬 두 나라와는 다르게, 종로와 홍대라는 특정 장소를 타이틀로 다루며 보다 세세한 공간이나, 작품, 단체들에 대한 소사(小史)를 더 깊숙히 들여다본다. 그 사례들을 통해 국내 미술계에서 실제적으로 적용해온 대안적인 전시 행태나 공간 기획, 그리고 그 와중에 이루고자 한 자기조직화(사회, 경제적인 지위 확립을 위한 노력)등을 이야기한다.   

사실 예술에 거의 문외한인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 아주 쉽고 편한 책은 아니었다. 현대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단순히 떠올리기 쉬운 회화적 미술과 팝아트뿐 아니라 행위예술과 영화, 단체나 전시공동체들의 기획하에 이루어진 다양한 활동(전시, 운동, 페스티벌 등)을 함께 다루고 있어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나 단체들의 활동내역에 대해서도 다채롭게 언급되는데 아는 바가 많지 않아 그에 대한 세세한 설명없이 내용을 따라가기 조금 벅찬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전에 읽었던 도시미술에 대한 책을 떠올리면서 현대미술이 과거에 단순히 화랑에 걸려 전시 되어 관객을 기다리기만 하던 시대를 지나, 도심의 유휴공간을 대안적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대중에게 더 다가오고 함께 소통하기 위해(그리고 자립하고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치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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