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맑음 -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섬 사진집
하미 지음 / 반정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부제 일본 아이노시마 고양이섬 사진집. 부제와 저자의 프롤로그(들어가며)에 쓰인 그대로 일본에 고양이가 많기로 유명한 아이노시마 섬에 가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이 가득한 책이다. 자유로이 바닷바람을 쐬고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바라는 듯 빤히 눈맞춤을 하는 길냥이들부터 목걸이를 메고 집사(주인)의 자전거 옆을 지키거나 나른하게 햇볕을 쬐는 집냥이들까지 한 섬에 살고 있는 다양한 고양이들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책. 


바닷가나 항구, 방파제로 둘러싸인 길의 맞은편, 그리고 섬에 흔히 있을법한 야트막한 돌담, 혹은 마을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가, 풀이 무성한 산길로의 초입 등 작은 섬의 다양한 배경 안엔 그만큼 다양한 고양이들이 있다. 섬안 곳곳에서 마주한 고양이들을 담아내며 작가는 사진 안에 혹은 사진 옆에 짧은 글도 보탰다. 여행자가 고양이를 마주하며 던질법한 혼잣말이나, 고양이에 빙의하여 그 고양이의 속마음을 상상하여 적은 것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냥, -옹 하는 끝말을 붙여 쓴 내레이션 같은 글귀들은 오글거려서 대충대충 넘어갔는데, 그보다는 고양이에 대한 짤막한 해설이나 저자의 생각을 담은 글들이 더 좋았다. 담담하게 길고양이들의 상처에 대해 언급하고 고양이가 가득한 섬을 떠나기 아쉬운 마음을 풀어내는 글들이 더 담백하게 와닿았다.


병들고 약한 고양이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먹이를 구하기도 어렵고, 숨어있을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녀석들은 경쟁자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료가 항상 채워져 있는 항구 근처를 떠나지 못한다.     - 본문 중 88p

오후는 대부분의 고양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
그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방해하고 싶진 않지만
곧 섬을 떠나야 할 여행자는 자꾸 욕심이 난다.
한 녀석이라도 더 눈을 맞추고 싶은...                -본문 중 173p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사진의 구도상 메인 피사체인 고양이가 한가운데 들어가는 경우가 가장 흔한데, 두 페이지에 걸쳐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는 경우 고양이의 얼굴이나 몸이 접혀서 보인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진의 사이즈가 줄어들더라도 한 페이지로 깔끔하게 편집해서 넣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리고 장점이랄지 단점이랄지 애매하지만 전문작가의 사진집이라기보단 그저 고양이가 좋아 죽겠는 한 집사의 블로그 같은 느낌이 강하달까. 사진 프레임 안에 직접 개입해있는 글 때문일 수도 있고, 고양이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어쩌면 대놓고 B-Cut이라는 목차를 마련해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을 마지막에 보여준 탓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친숙하고 아주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준다. 읽다 보면 고양이가 가득한 섬으로 나도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고양이에 빠지고 싶은 날 가볍게 펼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