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멀리서 보면 푸른 봄 1
지늉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아담한 키에 웃는 얼굴로 완전 무장한 채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어 예쁨 받길 원하는 신입생 여 준, 훤칠한 키에 잘난 얼굴에도 늘 피곤하고 화난듯한 인상으로 퍽퍽한 삶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복학생 남수현.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하나도 닮은 바 없는 두 사람이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것도 좋은 인연이 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는 팀 과제로. 두 주인공의 첫 만남과 대학생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나름대로의 사교와 방어법을 익혀가는 과정을 보니 대학교 다닐 때의 난 어땠더라 하는 생각과 이어져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 책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작가의 데뷔작이다. 그림의 첫인상은 단순히 예쁘다- 정도였는데 다 읽고 나니 엉성한듯하지만 다채롭게 변하는 인물들의 표정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외향적인 것과 내향적인 것의 갭이 있기 마련인데 주인공인 준은 그 갭이 매우 큰 사람인 것 같다. 물론 외향과 일치하게 기본적으로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성격도 갖고 있지만 가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 외로움과 타인에 대한 포기가 큰 것을 속으로 숨겨가며 살고 있다. 부유하지만 냉정한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으로 드러난 것은 준이 가지고 있는 상처의 일부분이겠지만 그로 인해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준의 이야기가 절절했다. 준과 반대로 수현은 겉과 속의 갭이 아주 작은 사람 같다. 거짓말이 싫고, 기분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필터링 없이 그대로 표출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가 그렇게 사교를 위한 사소한 거짓말이나 예의상 하는 빈말조차 하지 않는 성격이 된 바탕엔 그런 사소한 부분을 챙기기엔 그의 생활(아직까지 드러나기엔 주로 경제적인 면에서)이 너무나도 팍팍해 지쳐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이런 두 사람의 갭이 외향적인 특징들을 정반대로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비슷한 내향적인 면을 지녔을 것 같다. 준이 수현을 보고 처음부터 '나와 닮은 사람일지도' 하고 느낀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사실을 전 3권으로 나온 완전 소장본의 제1권에 담긴 내용만으로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무리지만 어디에나 있을 법한 두 청년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이야기의 앞부분이다 보니 주인공을 필두로 그 외 여러 등장인물들이 가볍게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갈등이나 큰 줄거리의 전개가 시작되지 않았다. 표지에 쓰인 "우리 집 룸메 조심"이란 문구가 무색하게 두 사람의 한집살이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두 사람이 얼른 룸메이트가 되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해졌으면 좋겠다. 타인 없이 두 사람만이 주고받던 핑퐁 같은 대화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믿을만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였기에. 2권, 3권에서 가까이 보면 아수라장일지라도 멀리서 보면 푸른 봄과 같이 싱그러울 그들만의 대학생활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