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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하지만 뾰족한 -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그림 같은 대화
박재규 지음, 수명 그림 / 지콜론북 / 2017년 10월
평점 :
박재규의 '위로의 그림책'을 보고 힘을 얻은 적이 있다. 내 스스로 마음에 닿았던 글도 있지만 함께 그 책을 읽은 어머니가 내용을 되새기고 가족들에게 기운차게 그 이야기를 전달할 때, 그 모습을 보며 괜히 뿌듯하고 나도 함께 힘을 얻었다. 제목처럼 어머니에게 위로를 전해준 그 책이 고마웠다. 그래서 동일 저자의 '담담한 하지만 뾰족한'이란 책이 나왔을 때 이전의 책처럼 가족들과 함께 보며 마음에 드는 내용을 서로 골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길 바랐다.
질문을 "......"으로 대체했지만 대화이기에 부드러운 존대어에 차분한 흑백 그림이 어우러진 책이다. 164번의 대화의 짤막한 토막들이지만 저마다의 주제를 가지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한다. 책의 제목처럼 담담하지만 가끔은 뾰족하고 단호하게 여러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스스로 되뇌고 마는 생각의 토막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대화의 부분이어서 그런지, 한번 읊고 사라지는 혼잣말이 아니라 작가로서 선배로서 멘티로서 혹은 누군가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 같아서 이 글이 참 따듯했다.

어차피 돌들은 사는 동안 끊임없이 당신의 가슴속으로 던져지겠지요.
결국 산다는 건 그 돌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고요한 호숫가에 던져진 돌들처럼 그 돌을 받아들이며 살 것인지
아니면 꽝꽝 언 호수의 빙판 위로 던져진 돌들처럼 그 돌을 튕겨내며 살 것인지...
-본문 중 15p, #001 파장에 대해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난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간이 있다면
저는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럼 당신의 배에 있는 그 배꼽은 뭔가요?
-본문 중 84p, #047 연결에 대해
이 많은 대화는 크게 4부로 나누어지는데 각부의 제목을 보면 긍정, 존재(연결), 역경(기회),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각 페이지의 상부 모서리엔 본문보다 작은 글씨로 (자칫 읽지 않고 지나가기 쉬운)제목들도 쓰여있다. 개인적으로는 본문을 먼저 읽고 각 제목을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가의 에필로그에 쓰인 대로 "......"으로 대체된 질문들이 무언인지 생각해보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각 부의 이름이나 대화에 달린 제목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읽었을 때도 이 책이 주로 하고 싶은 말은 위로나 조언, 자신이 살아가다 보니 알게 된 사소한 이치들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읽을 때는 그리 떠올리지 못했는데 이 글이 대화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자, 글의 사근사근한 투와 그 내용들이 더 마음에 와닿고 기억에도 더 많이 남았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체험한 것들, 혹은 그 체험으로부터 얻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서로에게 이해받기 마련이니까.
내 경우에는 특히 꿈에 대한 이야기(이상적이거나 현실적인 조언들)가 많이 기억에 남는데 그 분량이 실제적으로 많은지, 아니면 내 지금 상황이나 고민을 떠올리게 해서 그런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특히나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내용은 현재 자신에게 사색이나 조언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 책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묵직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