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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2
친치아 기글리아노 글.그림, 유지연 옮김 / 지양어린이 / 2016년 11월
평점 :
그녀는 생전에 유명한 사진가가 아니었다. 보모라는 직업을 따로 두고 일생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젊은 시절 당대의 사진가들과의 교류도 있었다고 하지만 경제적활동을 위한 작품활동을 하거나 전시회를 여는 등 전문 사진가로서의 활동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평생 사진을 찍어왔고 그녀가 죽은 후 남겨진 창고에서 대량의 사진과 인화되지 않은 필름이 발견되었다. 그 사진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에 의해 그 사진들이 공개되고 무명의 사진작가였던 그녀의 삶이 함께 세상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런 그녀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가 이번엔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어린이책으로 발간되었다. 항상 그녀의 심장 가까이에 있고 그녀의 눈을 대신해 사진을 찍어온 카메라가 이 책의 서술자이다.
그녀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녀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동화책의 발간에 많은 흥미와 기대를 품고 있었다. 아동책이라는 특성상 분량이 많지 않아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좋은 점들을 꼽자면 그래도 장점이 많은 책인것 같다. 먼저 아이들에게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책으로 적당하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꾸준히 하며 살아간 그녀의 삶이 아이들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두번째로 그녀의 이야기와 사진을 알고 있는 사람에겐 이 책의 삽화가 색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전부 다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사진을 그대로 가져와 그림으로 그려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서 책장을 넘기며 친숙함과 낯선 두가지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저자이자 삽화를 그린 사람은 친치아 기글리아노인데, 만화작가로 입문하여 이탈리아에서 많은 어린이책을 펴냈다고 한다.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비비안이 가장 사랑한 건 나였어요.
비비안의 카메라인 나는 언제나 그녀의 심장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본문중
개인적으로 이 책의 서술자가 책의 제목에도 드러나있듯이 그녀의 카메라라는 점이 참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그녀에 대해 질문을 던져도 답을 해줄 사람이 이미 없으므로 우리는 그저 그녀의 사진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사진을 찍을때면 필연적으로 함께 해야 했고 늘 그녀 가까이서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왔을 그녀의 카메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치 그녀의 대변자라도 등장한 기분이라 그 문장 하나하나에 가슴이 뛰었다. 다만 애초에 가진 기대가 워낙 컸던지라 약간은 아쉬웠다. 몇가지 상상을 더해 아이들이 읽기에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이미 그녀에 대해 아는 바가 어느정도 있었기에 그리 느낀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정말 이미 어느정도 알려진 그녀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와 일반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가 좋아했던 대상들- 아이들, 그녀가 살아간 도시, 가난한 사람들과 도시의 평범한 모습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삽화가 주는 묵직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비비안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듯한 카메라의 서술이 어우러져 독특한 멋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