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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난 여행 같은 그림들
박준 지음 / 어바웃어북 / 2016년 10월
평점 :
여행자의 자유로움과 현대미술의 자유로움이 만났다. 저자가 여행 중 만났던 미술관의 짧은 후기들을 한데 묶어놓은 것 같은 예술에세이다. 짧게는 한페이지, 길어도 2,3장 정도 분량의 글이 하나의 미술관, 작품 혹은 작가 등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 뉴욕과 일본이 가장 많은 것 같지만, 그 외에도 런던, 독일 등의 유럽과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지역, 그외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박물관들을 두루 방문했다.
대형 미술관에서는 고흐, 고갱, 피카소 등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 화가의 작품을 보기도하지만, 아직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현대미술작품을 더 많이 다룬 것 같다. 비틀즈 존 레논의 아내로 더 유명한 오노 요코, 우리나라에서는 민음사출판사의 책 표지 및 삽화의 일러스트로 큰 사랑을 받은 나라 요시모토, 그 유명한 '샘'을 만들어낸(?) 현대미술가 뒤샹, 얼굴은 몰라도 이름이나 작품은 한번쯤 봤음직한 앤디 워홀 등등 미술에 대해 관심이 없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굵직한 작가들을 거쳐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활발한 활동과 각 나라에서는 잘나간다는 현대미술가들을 잔뜩 만나볼 수 있다. 한 작품당 자세한 설명과 감상, 해석들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많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
작품들은 캔버스안에만 그려진 그림에 한해지지 않고, 조각, 설치 미술, 뻥 뚫린 천장이나 도시 한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거울 등 그 한계가 없어보인다. 그에 쓰여진 해석은 자유롭게, 가끔은 그때의 감정이나 여행의 피로를 덧붙여 제멋대로 개인적인 감상들이 있기도 하는데 사실 현대미술을 감상할 때의 우리의 모습들과 비슷해 아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게 미술이야? 하고 의아할 정도의 작품에 대해 똑같은 의문을 내놓기도 하고, 그럼에도 미술계에서는 이 작품이 얼마에 팔렸고 이런이런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가볍게 같이 수다 떠는 것처럼 뒷얘기를 해주는데,실제 작품을 앞에 두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키득거리며 나도 나만의 망상과 해석을 줄줄 풀어놓아주고 싶었다.
책의 목차를 보면 <미술관에서 꾼 꿈>, <미술관에서 만난 사람>, <길위의 미술관> 이렇게 크게 세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공통적으로 여행 중 방문한 미술관에서의 작품들을 다루지만 제목에서도 살짝 드러나듯 각자 집중하여 보고 느꼈던 부분에 따라 구분한 것 같아 보인다. 두번째 <미술관에서 만난 사람>에서는 작품 속 인물(실제인물이든 그림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든)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그 인물에 이입해 글을 쓴 부분이 돋보인다. 간혹 유명한 작가의 경우 끝내 그 이름은 밝히지 않은채 그의 생과 작품에 대해서만 옛날얘기 들려주듯 풀어내기도 하는데 그 작가가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정 답을 모르겠다면 책 맨뒤의 수록작품목록을 보면 된다. 은근히 예술에 대한 상식을 늘릴 있는 책이다. 세번째 길위의 미술관에서는 말 그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미술관 말고도 길위에서 마주칠수 있는 작품(벽화, 대형 조형물,루브르박물관의 외형자체나 베를린 장벽의 남아있는 조각들 등)을 보여준다.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유럽 등 서양미술을 벗어나 아프가니스탄, 예루살렘 등의 방문기도 있어 색다른 작품들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