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정윤희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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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도 일러스트레이터 규하의 특유그림체가 지킬앤하이드의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굉장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런던특유의 우중충한 날씨와 음울한 분위기, 흉흉한 소문을 뿌리고 다니는 하이드는 한짝이라도 되는듯 자연스러웠고 고상하고 선한 지킬박사의 이미지와 더욱 극적으로 대비되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일러스트와 짧은 문장 몇개로 보여준 에필로그같은 페이지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어릴때 읽었던, 이제는 희미한 기억속의 지킬앤하이드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수라백작에 가까웠던것 같다. 뭔가를 마시고 인격이 바뀐다는 설정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두개의 인성이나 인격이라기보단 한 사람이 두사람을 연기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연기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이라는 대비되는 성향이 극적으로 발현되어 지킬과 하이드라는 분리된 인격이 탄생한다. 하이드의 탄생이 어떤 실험과 약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과 성격 뿐아니라 외모까지도 완벽히 변화한다는 점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목격자가 있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하이드였다. 하이드가 잠적하고 지킬박사는 여러가지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자신의 집에 은거하게 된다. 그를 걱정한 집사와 친구에 의해 잠겨버린 박사의 문이 뜯겨지고 방안에는 하이드의 시체와 모든 전말이 쓰여있는, 박사의 친구에게 남긴 편지가 발견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 다른이로 인식되는 지킬과 하이드란 두 인물이 있다. 하이드는 작은키와 기괴한 인상의 소유자로 안좋은 소문에 휩싸이며 평판이 나빴는데 어느날 살인사건을 일으키고 잠적해버린다. 지킬박사는 큰키에 차분한 인상으로 자선과 사교를 누릴줄 알고 누구나 친해지고 싶어지고 싶을 정도로 평판이 좋은 사람이다. 이 두사람이 서로의 집에 드나들 정도의 친분을 갖고있으며 하이드가 지킬박사의 유산을 받게될 상속자라는 것을 알게된 변호사 어터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터슨은 래니언와 함께 지킬박사와 친밀한 친우관계인데 하이드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그 후에 지킬박사의 변화와 사건의 진행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되는 유일한 사람이다.


 

헨리 지킬의 외향에 선한 면이 드러났다면 에드워드 하이드의 외향에서는 사악함이 보였지. 게다가 내가 여전히 악한 본성을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생각한 탓인지, 하이드의 몸에는 쇠퇴와 기형적인 면까지 있었다네. 그럼에도 거울 속에 비친 하이드의 추악을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기보다 오히려 반가웠어. 아무리 사악한 모습이라도 이 역시 나 자신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일세.-본문 중 153p


 

줄거리보다는 지킬과 하이드의 대조적인 설정과 지킬박사가 남긴 편지에서 스스로 써내려간 속마음과 마치 관찰보고서 같았던 묘사가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억눌러놓았던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보게된다면 나 역시 지킬처럼 그 모습을 반가워할 수 있을까. 지킬과 하이드가 서로 상반된 존재임은 맞지만 순수함으로 따지면 달랐다. 하이드가 오로지 악으로 이루어졌다면, 지킬은 선과 악을 한몸에 지닌 보통 사람이었고 악의 본성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하이드가 가진 본성이 어느것이든 오로지 하나의 성향만을 백퍼센트 드러내고 있는 그 모습에는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 하지 못함을 알고 있기에) 일종의 동경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질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백프로 드러내고 살지 못한다. 특히나 그것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거나 터부시되는 것이라면 속으로 꽁꽁 감춰두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 반대적인 성향 역시 누구에나 있는 것이라 이랬다저랬다하는 자신에게 헷갈리거나 무언가 결정할때 고민하는 일도 빈번하다. 크게는 선과 악으로 분리되는 그 양면성을 분리하면 완전해지고 편안해질거라는 지킬박사의 가설과는 다르게 지킬과 하이드는 파멸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 그 분리가 불완전한 탓도 있겠지만 온전히 하나였던 인물을 둘로 나누면서부터 그 파국은 예정되었던 것은 아닐까. 자기 안의 것은 어느 정도 겉으로 드러나거나 속으로 숨겨질 수 있지만 소설 속 이야기처럼 온전히 분리되거나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드는 결국 지킬이었지만 지킬은 하이드라는 분리된 상태에서만 그를 인정했다. 자신에게 종속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하이드로 변했을때 자신에게서 그 악한 본성들이 완전히 떨어져나갔으리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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