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1 사계절 1318 문고 104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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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령과 수남의 만남 전까지는 그저 배경설명에 가까웠다. 일제강점기 매국이니 친일이니 따지지 않고 돈을 모아 성공하려는 채령의 아버지 형만와, 남편의 연애사와 여러번 반복된 아이의 상실을 겪은 어머니 곽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 채령. 소작을 하며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위에 언니들을 잔뜩 둔채 막내로 태어난 수남. 타고난 호기심과 고개너머 가고싶은 미래를 꿈꾸던 7살배기 수남은 어미와 떨어지기 싫어 울고불던 다른아이를 대신해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하고 대담하게 묻는다. 그 질문하나가 파란만장한 모험의 시작이었다. 7살이 18살이 될때까지 겪어낸 집안일과 채령의 변덕, 강휘에게 느낀 동경과 사랑, 채령을 따라간 일본유학시절은 그녀의 삶의 1부이자 행복기였다.

수남과 채령의 외모가 닮은 것은 그저 우연이었지만 그들의 성격은 전혀 달랐다. 신분과 처지가 달라 그런 것도 있을테지만 수남은 태생적인 호기심과 적극성을 남들보다 두배는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니 아무것도 모를 7살 나이에 집을 떠날거라는걸 알고도 질문을 뱉었고 기회가 닿을때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무엇이든 배워나갔다. 누가 먼저 가르쳐 주지도 이게 네게 필요한 것이다 강요한 것도 아닌데 조선글과 일본어, 영어까지(특히 언어적인 면에서) 두루 섭렵해가는 수남은 가히 존경스러울 정도다. 신분이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여러 것들에 대해 불평을 가지지도않고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것에 만족하며 욕심내지 않는 성정의 수남이 유독 언어와 공부에는 관심과 정성을 쏟는다. 이런 노력은 결국 수남이 더 큰 무대를 자유로이 누빌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수남과 채령의 이야기가 시작되기전 마치 영화의 에필로그처럼 먼저 전개되는 현대에서의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자작의 딸. 현대에서 나온 그 두명은 과연 누가 누구일지 1권 마지막에 교묘하게 얽어놓은 전개에 뒷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작가의 글에서 풀어놓은 두 주인공의 무대는 조선과 일본땅만이 아니었다. 하얼빈과 바이칼 호수, 멀고 먼 미국땅까지 여정이 아직 남아있다. 소년소녀에서 청년이 된 주인공들이 어떤 생을 거쳐 현재에 다다를지 너무 궁금해져 1권을 내려놓자 마자 2권을 잡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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