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추억을 쓰다 - 어릴 적 나와 다시 만나는 고전 명작 필사 책 인디고 메모리 라이팅 북 1
김재연 지음,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김지혁의 일러스트를 워낙 좋아해서 글을 덧대어 쓰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책일까봐 걱정아닌 걱정을 했다. 역시나 그림은 책 속에서 보았던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예상대로 아름다웠고, 책과는 달리 몇마디의 말이나 몇줄의 문장들만이 그림과 어우러져 상당한 배경을 남겨놓았다. 필사책이지만 약간 캘리그라피 느낌도 나는 것이 선명하게 자리한 하나의 문장을 여러번 옅은 색으로 반복해 놓은 페이지들이 보였고 필사 노트라 부를만한 고지식한 스타일의 구성을 갖지 않았다. 또 이 책의 엮은이인 김재연은 스스로 손글씨쓰는 라디오작가라고 칭할만큼 예쁜 손글씨를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앤과 주디, 그리고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가 하거나 들었던 좋은 말과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각 작품의 캐릭터들이 개성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이라 그 몇마디 문장들만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다. 나처럼 이미 그 작품들을 읽어보았던 사람들이라면 그 익숙함에 한번 더 반가움을 느끼고, 책의 제목처럼 지난 추억을 다시금 손으로 써보는 특별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단순히 일러스트가 삽입된 책이라기 보다, 필사할 내용과 필사할 수 있는 공간 전체가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다고 보면 된다. 편지지나 원고지, 악보 등의 특정형식을 가져온 경우도 있고 전체공간이 하나의 일러스트로 자연스레 비워진 경우도 있다. 비워진 어떤 부분에도 글씨를 채워넣을 수 있다. 물론 원한다면 일러스트 위에 겹쳐지게 글씨를 쓰는 것도 자기 마음이다. 이전에 사용해본 어떤 필사책보다도 필사공간에서의 다양성이 가장 높았던 책이었다.  

 

 

 

 

필사를 할 때 특별히 글씨가 예쁜 편도 아니고 글씨체를 신경쓰는 편도 아니라서, 글씨 주변을 꾸민다거나 아름다운 필사노트나 필사책을 떠올려본 적은 별로 없는것 같다. 하지만 요즘 필사 책이 하나둘 출간되며 인기를 끌자 더 많은 독자를 끌기위해-더 많은 판매를 위해- 단순한 필사공간과 멋진 문장 외에 추가적인 요소를 하나 둘 끌어들이고 있다.(예를 들어 최근 가장 흔하게는 캘리그라피, 컬러링 등)

 

인디고출판사의 경우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추가했다.(이 일러스트는 이미 인디고의 고전시리즈를 통해 많은 인기를 받아온 바 있고, 고전시리즈에 속해있는 몇가지 작품을 모아 만든 것이니 추가적인 요소라고 보기 조금 애매하기도 하지만) 또한 인디고는 아름다운 고전에 이어서 이 책 역시 핸드북사이즈의 양장으로 만들어냈다. 이런 사이즈는 사실 다른 책들에 비해 조금 불리할 수도 있는 차별화전략인데 인디고의 경우 고전시리즈 등의 연속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그 시리즈의 콜렉터들을 주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내용 뿐아니라 디자인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굉장히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이렇게 필사책이 인기를 얻어 다양한 책이 나오는 것은 좋지만 근본적인 필사 이외의 요소가 점차 추가되는 것에 있어서 과연 좋기만 할지는 약간의 의구심이 든다. 필사의 기본적인 역할이나 의미에 있어서는 저마다의 정의가 있을테지만, 책의 내용 복기나 기록, 그리고 기록하면서 즐길 수 있는 손글씨와 그 과정에의 시간 등이 나에게는 필사의 우선적인 이유였다. 필사책은 나의 손글씨가 들어간 나만의 책을 만든다는 의미는 있지만, 사실 기록할 문장에 있어서의 선택권을 잃어버린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다.(어느 정도 테마는 고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 고전시리즈의 콜렉터이자 팬으로써, 명작 속 추억을 쓰다라는 이 필사책은 아주 반갑고 욕심나는 책이었다. 필사라는 것의 성격이 사실은 아주 개인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이 책의 엮은이가 중간중간 실어넣은 필사에 대한 의견이나 사연, 책 속에 모아놓은 문장에 대한 소개 등에는 그리 시선이 가지 않았다(분량이 적은 탓도 있을테지만). 다만 그녀가 모아놓은 문장을 읽어보고 써보고 내것으로 다시 받아들이는데에 더 집중했고,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필사보다는 필사책이라는 것에 낯선 독자들은 그 소개글을 읽어보며 공감하거나 필사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해보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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