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 - 하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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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의 리뷰에서 이 책은 크게 왕가의 이야기와 사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고 쓴 바 있다. 하지만 사관의 역할이 곧 왕가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니 만큼 둘의 이야기는 뗄레야 뗄수 없는 사이의 이야기이다. 수양대군이 사관들에 의해 남겨질 자신의 기록을 두려워했다면 그의 아들은 아비의 불안에 더해 더 적극적인 방어를 펼친다. 사관들의 일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양대군의 실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그 내용을 몹시 궁금해하고 사초를 빼와 몰래 보려는 시도까지 서슴치 않는다. 직필을 위해 외부의 압박을 받지 않도록 이름을 쓰지 않은 채 제출하도록 되어있던 가장사초에 기록한이의 이름을 적으라는 명을 내린다. 말직이라해도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고고하게 사관으로서의 직필을 남기던 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크게 흔들리고 세력이 약해지게된다. 상권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고 숨겨졌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역사란,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들이 쓰는 것이네. 하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후인들이네. 걱정하지 말게. 후인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을 것이네. 그들이 아무리 역사를 왜곡할지라도, 후인들은 반드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어 엄중한 평가를 내릴 것이네. (...) 비록 왜곡된 기록일지라도 그것조차 없으면 훗날 무엇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비난할 것인가!  (본문 중 303-4p)

 

진실이 역사에 남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남는 것이 진실이 되는 것이니...(본문 중 312p)


 

 

 

책 띠지의 문구처럼 '역사를 고치려는자, 역사를 지키려는 자'는 늘 존재해왔다. 그리고 그런와중에 남겨진 기록들을 우리는 역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저 그 기록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뿐 아니라 감계를 받고, 그에 대한 증명과 고증을 거쳐 평가를 내리는 것 역시 후인들의 역할이다. 상하권을 합쳐 이야기하고자 했던 한가지 중심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그 외의 소설적 구성이나 감동,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사건의 진행에 있어 뒷이야기가 쉽게 예상되는거야 그렇다치고, 의문의 무리를 추적하는 공신들의 이야기나 짧게나마 나오는 전투신과 무려 주인공인 은후의 이야기(숨겨진 본래 신분이나, 여사가 되기 위해 왕궁에 드나든 이유, 세주와의 로맨스 등)가 너무나도 허술하게 그려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권을 그럭저럭 재미나게 봤던터라 기대가 앞섰는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마무리된 로맨스의 결말이 참 아쉬웠던것을 빼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들의 이야기 자체가 흔치 않은 소재이고, 낯선 명칭이나 관사, 곽직 등이야 역사소설에선 매번 마주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우리에 익숙한 인물들-수양과 계유정난의 공신들(신숙주, 한명회 등)-의 낯선 면모를 볼수 있었던 것은 새롭다. 강한 악역이 없어서 진행이 평탄했다는 점은 있으나 언제나 인기있는 남장과 로맨스라는 포인트를 섞어 약점을 보완하려 시도한 점이 있지 않나 싶다. 역사소설, 그리고 로맨스 소설을 오랜만에 보아서인지 각 장르가 지닌 묵직함과 간질간질한 재미가 은근히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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