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바다유리 속 형상을 보고 남들은 듣지 못하는 바다의 속삭임을 듣는 15살 소녀 헤티. 폭풍우와 함께 모라섬에 찾아온 노파와의 알수없는 감정교류 끝에 노파의 집을 찾아주려 험한 바다로 나선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속에서 헤티가 느끼는 고독감은 섬사람 특유의 그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어른들이 섬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어도 헤티는 그에 수긍하지 못하고 다른 무언가 '바라선 안되는 걸 소망'(291p)하곤 한다. 그랜디 할머니, 맥키 아저씨, 탐을 비롯해 헤티를 아끼는 사람들이 그녀의 주변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특유의 고집스러움과 몽상가적 감각으로 제 스스로에게만 기대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폭풍우와 노파의 등장으로 섬사람들은 섬에 불어닥친 위기를 정체를 알수 없는 노파의 탓으로 몰아간다. 그 가운데 꿋꿋하게 노파를 변호하고 보호하는 것은 헤티와 그녀의 든든한 지지자들 몇 뿐이다. 그들의 갈등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노파는 아무런 말이 없고 그녀의 정체 또한 오리무중이다.

 

 

노파의 정체는 소설의 맨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나는 읽는 내내 그녀의 정체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말을 알아 듣는지 할 줄은 아는지, 머나먼 섬에서 왔다고 하니 언어가 다른건지, 퍼 노인의 주장처럼 악을 몰고 온 환상적인 존재인지 혹은 어떤 사연을 지닌 현실적인 존재일지, 헤티의 고독과 몽상과 도전과 모험담에도 그를 앞도하는 노파의 존재는 내게 너무나도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책의 곳곳에는 노파의 정체 외에도 이런 미스테리한 요소들이 꽤 많이 있다. 노파와 헤티의 관계, 헤티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바다유리 속 형상과 바다의 속삭임, 헤티의 가족, 퍼 노인의 과거 등등(사실 헤티라는 인물 자체의 설정도 그렇다). 안타깝게도 이 중에서 명확하게 원인이나 설명이 따라오는 것은 매우 적다. 하지만 이런 것들 대부분이 헤티가 더 넓은 세계로의 한걸음을 내딛도록 그녀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람들은 헤티를 몽상가라고 했다. 헤티가 본 장면들은 모두 환영이라고, 바다유리는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종류가 다른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래전에 끊어졌지만, 그 느낌만큼은 이후로도 헤티의 뇌리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 헤티의 인생은 다시금 어떤 변화를 향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헤티는 바다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으로 이미 그것을 느꼈다. 이것은 새로운 징후였다. (본문 중 7p)

 

처음 바다에서 속삭임을 들었을 때 헤티는 오래전부터 그 소리가 들려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어느 한 부분에서는 이미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본문 287p)

 

 

 

 

 

우리나라에서 팀보울러의 소설은 성장소설로 불린다. 다 자라지 못한 소년 소녀들이 환경이나 고난에 의해 휩쓸리면서 타고난 기묘한 감각이나 재능, 그리고 주변인물의 도움과 약간의 운을 발휘해 그 상황을 벗어난다. 이전에 읽었던 그의 <소년은 눈물위를 달린다>라는 작품이 떠올라 앞서 말한 특징들이 유사하게 맞아떨어지는 걸 새삼 느꼈다. 조금은 정석적이다 싶은 스토리 전개이지만 팀보울러만의 감성과 신비로운 분 위기가 더해지니 그의 작품들은 독자에게 크나큰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이번 소설은 소녀가 겪는 고난이 바다와 섬이라는 환경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 모든것을 잘 버텨준 주인공이 더욱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외형적으로 내면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게 되는 10대의 한창에서 그들이 겪는 모험과 사랑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그립고 애틋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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