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대부분의 책에 으레 있을법한 저자소개나 프로필이 없다. 이 책의 내용에서 직접 다루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벼운 만화 혹은 그림책인 줄 알고 책을 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의 자전 수필이자, 버킷리스트이자, 타인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은 책이었다. 따스하고 온순한 느낌의 색이 많이 쓰인 그림은 저자의 분신이기도 한 베니라는 캐릭터를 결코 어둡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최근 책이 나오면서 보여진 부분도 있지만 베니라는 캐릭터와 그림은 예전에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큰 귀가 특징인 토끼가 귀가 들리지 않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초반의 설명에서부터 이 책은 내가 생각한것처럼 그런 가벼운 만화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캐릭터의 설정인지 실제 저자의 이야기인지 아직 알지 못했던 때지만 그때부터 좀더 진지하게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고 현재는 시각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눈을 잃게 된다는 게 얼마나 큰 두려움이었까 쉬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물론 크게 좌절하고 많이 고통받았겠지만 그래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위의 그림은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림 중에 하나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상처받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도(혹은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고 몸이 커질수록 마음속 반창고가 늘어난다고 했지만, 그 반창고 덕에 내가 이만큼 자랐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는 없지만 아주 자그마한 나보단 상처가 있더라도 더욱 커진 내가 더 자랑스럽지 않을까.

 

 

 

마지막에 멋진 썬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꺼내들고 즐거운듯 흥얼거리며 걸어가가는 캐릭터 '베니'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극복하고 나아가려는 사람을 볼때 느끼게 되는 대견함, 사랑스러움, 존경심 등등. 동시에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저자의 가족이 떠올랐다. 내가 느낀 그 감정의 몇배가 되는 것을 느끼고 특히 마지막 그림에 그 모든 감정이 폭발해서 펑펑 울진 않으셨을지, 마치 우리 엄마가 울기라도 하는 것처럼 괜스레 그분이 가깝게 느껴져서 걱정이 됐다.

 

저자가 책에 기록한 버킷리스트들 중에 몇가지는 이미 실행한 후에 책에 쓰여있는데, 아직 실행하지 않은 나머지 것들 역시 곧 실행이 되겠다는 걸 예감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강연하고 타인의 버킷리스트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는, 소통을 간절히 원하는 저자의 바람은 이미 이 책을 통해 한번 이루어졌다. 언젠가 티비 혹은 인터넷에서 멋지게 강연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되지 않을까. 젊은 그녀의 모든 버킷리스트를 응원하고 부디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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