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이상운

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ㅣ 반올림 18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6월

새롭게 바뀐 표지에 등을 지고 있는 두 소년이 보인다. 언뜻 보기엔 글씨가 새겨진 기둥의 색과 어우러져 깔끔한 표지가 예쁘지만, 아이들 안을 채우고 있는 신문기사들을 조금이라도 읽어보면 그저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표지속의 두 아이처럼, 서로 다른 두 아이가 만났다. 아빠는 없고 엄마는 카페의 주인마담인 샌드백치기를 좋아하는 김현태. 아빠는 대기업간부, 엄마는 성악가출신으로 자식공부에 열심히고 그 둘의 공부 잘하는 아들 김지훈. 동급생으로 만난 두 사람이 친구가 되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야기는 서술은 현태의 시점으로 마치 지훈에게 편지를 쓰듯 구어체의 표현으로 쓰여있다.

 

청소년소설이란게 이런거구나,하고 새삼 느꼈다. 독자입장에서 청소년들이 이해하고 재미있어 할 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작가입장에서 현재 아이들의 문제점과 처한 환경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애쓰고 있는 아이들을 위로 혹은 응원해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이 두 가지가 청소년 소설의 가장 큰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성적 스트레스와 압박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서 서술자인 현태는 (성적, 진로, 인생, 자유에 대한)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질풍노도의 청소년인 동시에 작가의 분신으로 지훈을 이해하려 애쓰고 자신의 방식으로 격려한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엄마)에 대한 등장과 영향이 굉장히 현실적이었고, 어떤 사람을 대할 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격변하는 감정표현이 굉장히 섬세하고 솔직해서(지훈의 경우 표정과 행동으로, 현태의 경우 마음속에서의 서술로 드러난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흔히 느낄수 있는 감정들을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요새 아이들은 참 바쁘다. 학교-학원-집(과외)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사실 책속의 지훈처럼 친구들과 순대를 사먹으며 잠깐 웃고 떠들 시간도 아주 잠시일 뿐이다. 문제와 고민은 쌓여가는데 그 이야길 진지하고 깊게 나눌수 있는 친구도 시간도 턱없이 모자라다.

 

지훈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위해 잠깐의 자유를 시도하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순한 아이가 변했다며, 나쁜 길로 빠지는 건 아닐지 의심하기 바쁘다. 아이들이 개별적인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족간의 신뢰와 소통 그 외에도 타인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신이 정해놓은 길이 좋은 길이라고 믿으며 아이들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타인과의 소통마저 절단해버리곤 한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의 틀에 갖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볼 틈도 없이 몸과 지식만 쑥쑥 자라난다. 그런 점에서 지훈은 용감했다. 인생이 무엇이냐 질문할 줄 알고 먼저 다가갈 줄 안다. 남들이 보기에 거칠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현태는 먼저 친구하고 싶다며 다가온 지훈의 그런점 때문에 지훈과 더 가까워진 걸지도 모른다. 진솔하게 다가오는 존재에 대해 순수한 아이들은 본인도 진솔하게 다가가기 마련이다.

 

현태의 표현대로라면 범생이에 '마마보이'인 지훈이 가출을 했다. 그 조사를 위해 경찰이 현태를 찾아오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학생때 친구가 되었다가 단절되었던 두사람의 관계는 생각지도 못한 재회로 다시 이어진다.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하던 기간에도 현태는 지훈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엔 웃어주고 그 다음엔 욕을 날리며. 지훈과의 관계가 결국 자신을 더 알게 해주었다며 담담히 고백하는 현태는 지훈에게 그 지난한 과정을 편지로 쓴다. 정말 처음 써보는 편지마냥 조금은 오글거리고 어색하지만 진심을 가득 담았다.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며 그때그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했다. 함께 겪었던 일들에 대해 지훈은 어떻게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이야기는 나중의 약속으로 남겨둔다. 약속한 '나중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자신을 포기하지를 않기를, 이 책은 하루하루가 힘든 청소년들에게 강렬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