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테스트북 TEST BOOK - 나도 몰랐던 진짜 나를 찾아가는 심리 지도
미카엘 크로게루스 외 지음, 김세나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평점 :
테스트북, 이름에 걸맞게 작가의 글이나 소개글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용설명서가 있다. 이 설명서에는 사람이
미처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의 테스트를 거치고 (임신테스트), 죽고나서도 테스트를 거치는 데(사인규명을 위한 테스트) 이처럼 우리의 인생전체가
테스트로 이루어져있고 우리는 그저 실험용 모르모트일 뿐이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스스로를 알고 싶어서 상황에 맞는 검사나 테스트를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태어나면 자연스레 조사와 규격화, 온갖 공식과 테스트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는 이 짧은 서문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었다. 64개에 이르는 테스트를 통과하는 동안 나는 어떤 부류로 속하게 될런지 첫 기대와는 사뭇다른 묘한 긴장감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심리테스트를 좋아한다. 자신이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 남들과 어떤 점이 다른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이다. 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심리테스트의 결과를 한 줄 한 줄 열심히 읽는다. 이 책은 앞서 설명한 이러한 욕구를
채워주기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는 책이다. 여러 테스트에 따른 결과를 세세히 보여주기보다는 마치 여러종류의 테스트 소개가 주 목적인 것 같다.
여러 테스트를 소개하고 설명하고 직접 수록했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어떤 타입으로 나뉜다-에서 끝난다. 테스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각각의 타입이
어떤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나도 보통의 사람인지라 내가 속한 타입의 세부설명을 기대했는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64개나 되는 테스트를 한번에 전부 해보려는 건 욕심이다. 일단 하다가 지친다. 게다가 책을 읽는 자리에서 바로 할수 없는 경우도
있고 도구나 사람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 책에 수록된 테스트는 신뢰성있는 축약본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최소
10개이상의 문답에 꾸준히 답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럴땐 한가지 방법이 있다. 혼자서 하는것도 나쁘지 않지만 친구들과 모여서 함께하면 좀
더 수월해진다. 집중력은 떨어지더라도 친구들과의 수다 비교가 책을 더 재미있게 읽도록 돕는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친구들도 테스트라고 하니 답이
궁금해서라도 열심히 질문지를 듣고 답해준다. 내가 검사자가 된양 친구나 가족들에게 테스트를 시행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테스트는 기질&성격, 신체&건강, 스킬&커리어, 라이프스타일&사회,
지식&믿음 이렇게 두 개의 엇비슷한 테마를 묶어 총 5개의 묶음으로 나뉘어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심리테스트과에
속하는 것은 주로 기질&성격테스트에 속했다. 차례를 봤을때 심리학과 수업에서 배우고 직접 실습했던 테스트도 꽤 많아서 그 테스트가
어떻게 이 책에 다 들어갔을까 궁금했는데, 대부분 그 테스트의 소개 더하기 검사지의 일부분만 수록된 경우가 많았다. 직접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있지만 미처 테스트라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방법원리에 대해 궁금해던 것들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신체&건강파트에는 흡사 체력장에서 할만한 테스트들을 소개하고, 스킬&커리어나 라이프스타일&사회파트에는 면접부터 시작해서
직장에서의 동료나 상사의 협력이 필요한 테스트도 있었다. 지식&믿음 테스트의 대표적인 사례는 IQ테스트로 중학교때 이후로 처음 본것
같은데 여전히 골치가 아팠지만 하다보니 재미있기도 했다.
이 책의 여러 테스트들을 통해 자신을 분석하고자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외에 참고문헌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추가적인 설명을 찾을 정도의 열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겠다. (책에서도 테스트의 축약본을 실으며
원문전체를 체험하고싶다면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보라고 주를 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도 훨씬 세세하고 다양한 종류의 테스트가 잔뜩
들어있는 책이었다. 세계적으로 신뢰도를 인정받는 온갖 테스트들을 소개받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러 심리학자들과
검사개발자들의 이야기도 잔뜩 들어볼 수 있다. 세상엔 다양한 이름을 가진 온갖 테스트가 참 많고 그것들은 생각보다 우리의 도처에 깔려있다.
내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검사와 테스트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중에 나는 얼마나 겪어봤는지 새삼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