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느긋하고 사근한 말투로 말을 건내는 것 같다. 그림을 설명하거나 이런 점을 보아주세요-라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저 옆에서 편안한 말 몇마디와 이 그림 어때? 하고 스윽 그림을 밀어주는 느낌이다. 꽉 막히거나 지루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많지 않은 글조차 평범한 책의 규격을 따르지 않는다. 넉넉한 공간을 두고 툭툭 떨어져 있다. 이리저리 따로 노는 글보다는 한 면을 가득 채운 그림에 집중해 달라는 것처럼 보인다.

 

미술치료, 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저자는 이 책의 그림들을 보며 독자들이 한박자 쉬어가길 바라는것 같다. 몇몇의 사람들이 이미 이 그림들을 보고 조금의 위안을 얻었고 그렇게 사람을 치유하는 '그림의 힘'을 믿고 저자는 이 책을 엮었다. 저자는 이 그림들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는지 분석하고 짚어주면서 독자가 비슷한 효과를 얻어가길 바란다. 일과 인간관계, 돈, 시간, 나 자신이라는 5가지 키워드에 각각 15점(혹은 16점)의 그림들을 부여했다. 각 키워드에 대해 어떤 문제점이나 걱정거리를 안고 있더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일단 그 스트레스가 조금 느슨해지는 걸 느낀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며 조금은 멍하게 여가 혹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몇몇 그림에 반하기도 하고 화가의 이름을 외우기도 하고 아는 그림이 나오면 반가워하기도 하며 그림에 주로 집중했던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 책의 글도 결코 무시할수 없는 부분이었다. 살짝살짝 조언을 해주거나 이 그림을 통해 내뱉어진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가끔은 날카롭게 그 그림을 통해 우리가 깨닫거나 생각해야 할 것들을 콕 찍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간에 대한 그림들 중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해설에서 이런 부분이 있다.

 

그림에서처럼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의 경우는 그 끈을 자기가 놓는 게 아니라 놓을 수밖에 없죠. 시간으로부터 강제로 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시간을 죽이기도 하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본문 중 285p)


 

 

 

5가지 파트를 굳이 구분해가면서 보진 않았지만 다 읽고 보니 마지막 나 자신이라는 부분에서 가장 집중하고 가장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조금은 지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격려하고 응원하는 문구와 그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파트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림에서 자신이 보고싶은 것을 보면 되는 책인것 같다. 긍정적인 것을 보든 부정적인 것을 보든 그건 그 그림을 본 사람의 상태와 감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직후 로렌스 알마 타데마라는 화가의 그림에 빠져 카톡프사로 그의 그림을 사용했던 적이 있다. 영웅(Hero)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한 인물이 꼿꼿하고 늠름한 자세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 난 이 그림에서 인물의 시선이 좋았고 강해보이는 색상의 바다와 하늘이 좋았다. 하지만 친척 중에 한명이 내 프사를 보고 무서운 그림으로 보인다며 제 감상을 말해준 적이 있다. 어두운 색상의 바다도 불안해보이고 인물이 손에 쥐고 있는 (내가 보기엔 화관과 리본 혹은 양피지같은 것으로 보였던)것이 마치 동물의 사체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하고, 이 그림을 보고 불안을 느낀 친척은 그만큼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인걸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그림을 보는 시각은 참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감상이 좋든 나쁘든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거나 스스로 인식하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의 해소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니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나는 일년의 한두 번 이상은 전시회를 찾는다. 이 책을 보며 대규모의 그림전시회를 보고 온 느낌이 들었다. 한번에 읽어내리기엔 조금 두껍지만, 가까이에 두고 여유가 날때마다 읽다보면 생각보다는 금방 읽을 수 있다. 시간제한도 없고, 관객은 오로지 나 하나뿐인 그림전시회다. 느긋하게 맘에 드는 그림을 찾아 어슬렁거리며 그저 감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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