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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나이를 먹다, 마음 먹기 나름, 골을 먹다, 한솥밥 먹는 사이 등등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그리고 먼 옛날부터 자주 쓰여 관용적인 표현이 된
표현중에는 유독 먹는다는 말과 관련된 것이 많다. 조금만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는 한국인의 언어 특징 중 하나이다. 비록
미리 눈치채지 못했더라도 앞서 예시로 쓴 몇몇 표현의 뜻을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한국인의 식문화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통합을 이야기한다. 언어적 문화적 특징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세계에서도 여전히 통용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소하지만
곳곳에 남은 이런 증거들을 저자가 꼭꼭 짚어주는데 친숙하지만 미리 눈치채지 못한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재미있기도 하고 새삼 놀랍기도
했다.
디지로그라는 용어가 그리 널리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디지털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성의 결합은 유효한 마켓팅의 방법으로 이제 제법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다. 2006년에 중앙일보에 연재된 칼럼을 엮어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벌써 약 10년전에 쓰인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속에 쓰인 이야기는 아직까지 유효하게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 문화속에 두드러지게
남아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특징이 디지털시대의 다양한 기술과 결합되어 지금까지의 성장을 이루었으며,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결합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경제발전 및 특정분야에서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는 곧 디지로그형 정보사회를 도래하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이러한 사회발전 형상이 과거, 현재에 걸쳐 일어나고 있음을 다양한 예를 통해 보여준다. 가장 쉬운 예로는 애플사의 한 입 베어먹은
사과 로고를 들 수 있다.(참고로 이 책에는 이 로고에 얽힌 다양한 루머를 함께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단편으로 쓰여진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라 통일적인 강한 주장은 없지만, 빠짐없이 디지로그에 대한 개념을 언급한다. 어려운 이론을 피력하거나
지루한 설명을 늘어놓는 칼럼이 아니라, 모아놓으니 더 풍성한 이야기와 사례를 담고 있는 책이 되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디지로그라는 용어는
낯설지 몰라도 그 개념만은 아직 사회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앞으로도 꽤 꾸준히 이용될만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과학분야의 책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는데, 어렵지 않게 흥미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