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생각들 - 어느 날, 그림 속에서 피터가 말을 걸었다
전현선 글.그림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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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가 된 인물과 대상(물건) 등에 대한 소개, 그로 파생된 다양한 장면과 이야기 그리고 그림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다소 난해하지만 일정하게 이어진다. 그림 속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피터는 그녀가 좋아하는 도록의 화가인 피터도익에서 이름을 따왔고 뮤즈인 동시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존재인 '어린시절의 외삼촌'의 외양을 띠고 있다.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피터라는 캐릭터는 저자의 수많은 그림 한가운데 들어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저자가 상상해낸 모험의 세계를 대신 체험한다. 그림 > 작품소개 혹은 이 역순으로 이어지는 고리타분한 해설서가 아니라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그림의 해설 및 소개를 다채롭게 꾸며내는 점이 참신하다.

 

 

  소설이나 영화는 일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 평화롭고 순조롭게 흘러갈 것 같았던 일상이 한순간에 모험담으로 바뀌어버린다. (94p)

 

 

막연한, 뚜렷하게 묘사할 수 없는 동화적인꿈.
그 꿈을 더 이상 내 안에 가두어둘 수 없다고 느꼈을 때,
그리기 시작했다. (205p 꿈의 기록)

 


일상의 한부분이 예술로 이어지는 어찌보면 작가만이 느낄수 있는 개인적인 한 순간을 글로 보여준다. 헌데 그 과정이 과장되거나 굉장히 특별한 순간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쓴 것이 재미있다. 영감을 받은 순간과 그게 곧 상상과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려져있다. 문득 피카소가 생각났다. 피카소는 그림도 뛰어났지만 자신의 작품을 팔때 자기PR이 굉장히 뛰어났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자체가 자기표현의 하나임으로 상투적으로 말하자면 '그림으로써' 말하고 소통하려한다. 그 작품을 누군가에게 이해 혹은 설득시키기 위해 설명을 해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예술로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사람이 많을지 궁금하다.(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림으로서 표출해낸 것을 다시 글로써 풀어내는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림과 글 양쪽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작가도 화가도 표현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특유의 감수성을 지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림과 글의 이중표현을 걸출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편하지 않게 풀어내는데 성공한 것 같다. 그림은(문외한이지만 문외한이 보기에도 한 작가가 그렸다는 것은 알 정도로는) 특유의 분위기와 작풍,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가 있고. 글은 딱딱하거나 헤세가 드러나지 않고(자기작품이니 자랑하고 싶지 않을까 싶은 맘에) 매끄럽게 읽힐정도로 가볍고 담담하게 쓰여졌다.

 

 

그림 중심으로 글이 쓰여있지만 그림만을 보기위한 책이 아니라 좋았다. 그림과 그 그림 바탕에 있는 이야기에 익숙하게 만들어놓고, 이제는 마음껏 해석해보라는듯 에필로그에 몰아넣은 그림들이 본질은 그림을 드러내고 싶은 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림 혹은 예술 에세이는 특정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 글로서의 매력과 그림을 받쳐주는 부수적요소로의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현대미술분야에서 작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친절한 안내서 같은 책이 앞으로도 더 만들어진다면 작가와 관객간의 소통이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작가인 전현선작가의 그림은 진한 색채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생동감넘치고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 그림이 작가의 말처럼 꿈에서 동화에서 출발한 모험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림 혹은 그림속의 구성요소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 점을 염두하고 그림 구석구석을 상상하며 보았더니 그림만 다시 보아도 책이 참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좋았던 그림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이 <하이얀 밤에>라는 작품은 은하수에 대한 같은 동경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은 독특한 인물들로 구성된 낯선 그림들 중에 유난히 친숙했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해설도 더할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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