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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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모계전승서사, 모녀서사라는 테마로 쓰인 단편들을 모은 앤솔러지. 작가로서도 이번 책에 참여한 길상효작가님이 기획한 책이라고 한다. 참여한 작가님들을 대부분 알고 있어서 더 읽고 싶었고, 모녀서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애틋하거나 진득한 애증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모녀 혹은 모계전승에서 시작했을 이야기들은 각자 쉬이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나갔고, 기대하던 방향과는 달리 뻔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흠흠, 이건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한테서 내려오는 애긴데..."
해린은 늘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행성의 한때>,길상효 - 본문 중 99p


하나하나의 단편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고 통틀어 모녀서사, 모계전승서사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각 소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엮어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야기에 따라 약간은 괴팍하고 쉽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많이 무겁지 않고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각 단편의 뒤에는 작가의 문답이 이어지기 때문에 궁금한 부분이나 작가의 의도에 대한 힌트를 바로 얻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길상효 작가님의 <행성의 한때>이다. 해린의 할머니가 남긴 말을 추적하고 상상하는 것도 재밌었고 문답에서 알려준 작가님의 의도도 인상적이었다.



엄마와 딸 사이에 반복되는 것들, 전승의 기원을 찾기도 어렵고 쉽사리 거부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녀서사라고 할 때 나는 개별적인 어머니라는 인물과 딸이라는 인물을 상상하며 그 둘 사이의 이야기를 떠올리곤 했는데, 모계전승서사가 함께하자 수많은 어머니들과 수많은 딸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오랜 기간 이어져오며 유지되었더라도, 지금의 딸들 그리고 더 후대의 딸들에겐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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