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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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여기 그 모습을 상상하고, 그 상상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죽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다. (미리 말하자면 절대 스스로 목숨을 놓아버리는 자기 파괴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의 주인공 넬은 스스로 정한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표지 속 여성과 같으리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죽기로 되어있는 날이 오기 전에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몇몇 사람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비싸고 커다란 호텔방에서 만족스러운 마지막 식사를 한다. 그러면 다음날 자신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시체가 되어 침대 위에서 발견...되리라고 넬은 굳게 믿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자신의 마지막 날을 알게 된 넬은 그 사실에 사로잡혀 18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자신의 마지막 모습은 실제로 그녀의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첫날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38살에 죽는다'는 사실을 곧 '그날이 오기까지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의미로 치환해 버린 주인공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놀랍다. 겁 없이 도전하고, 미련 없이 떠나기를 반복하며 살아온 넬은 천성이었을지, 아니면 18년 동안 만들어 온 것일지 모를 자신의 여러 성향을 쉬이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죽기로 되어있던 그날을 계기로 자신이 회피해오던 인생의 방향과 관계 맺기에 대한 변화가 시작되는데... 



"둘이 잘 어울리던데. 그는 자길 좋아해."

"주노, 그만하세요."

"난 그쪽 분야의 감이 남달라. 둘이 서로를 정말 행복하게 해줄 것 같던데."

"상황이 복잡해요."

"좋은 일은 자주 그렇지. 자기 나이에 복잡하지 않은 인생을 산다면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거야."  

(본문 중 230p)


죽음, 삶의 목표, 방향성, 관계 맺기 등 인생에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요소들을 끊임없이 언급하기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넬과 그렉, 톰, 폴리, 주노 등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저마다 다른 인생관과 애정관을 가지고 있어서 독자는 여러 인물 중 자신의 가치관과 잘 맞는 인물이 누구일지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이야기가 늘 심각하리라는 법은 없다는 듯이 넬과 주변 인물들 간의 다양한 티키타카가 무척 유쾌하다. 얼렁뚱땅 사건을 만들어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사고 치고 수습하는 사랑스러운 주인공 넬의 앞길을 감히 예상할 수 없어 끝날 때까지 무척 몰입해 읽었다. 그리고 온몸으로 스스로의 인생에 부딪히라 등 떠밀어주는 조력자 캐릭터들이 참 멋있었다.  삶에 대한 철학, 가족 이야기, 로맨스, 코미디, 해피엔딩까지 이것저것 놓치지 않고 잔뜩 움켜진 욕심 많은 소설. 즐겁게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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