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인 뮤지엄

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취미로 미술관 도장 깨기를 좋아한다는 이 책의 저자는 도슨트가 본업이고 미술관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미술관에 다니면 알게 된 '도슨트'는 단순히 미술관에서 하는 작품 해설 및 전시 안내, 혹은 그것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의 도슨트는 그 의미가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더 넓어져서 '미술과 관객을 연결하는 사람, 혹은 미술관과 관객을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유연한 의미가 더 와닿는 것 같다.

이 책은 한이준 도슨트가 국내외 몇몇 화가들을 이야기하며 그 화가 혹은 작품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미술관을 함께 소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 '뮤지엄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을 다룬 책이 생각났는데, 뮤지엄 스토리텔러는 미술작품과 화가뿐 아니라 미술관에 대한 모든 걸 이야기하는 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초점은 미술작품이나 화가에 더 가까이 맞추어져 있지만 미술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니 모든 도슨트에게는 뮤지엄 스토리텔러라는 이름도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이중섭, 천경자, 르네 마그리트,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폴 세잔, 에드가 드가까지. 국내 화가 다섯, 해외 화가 다섯을 선정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화가의 생애, 작품 성향, 대표작 등을 이야기하고 그들이 그림 외에 남긴 글과 인터뷰 등의 표현도 적극 이용해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작품 해설과 화가에 대해 동시에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무척 흥미진진했다.

나혜석이나 라울 뒤피에게는 '그 시대의 N잡러', 천경자에게는 '반세기 전 여행 유튜버', 폴 세잔에는 '19세기의 사과 직찹남' 처럼 친숙하고 적절한 별명을 붙여가며 미술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내는 솜씨가 좋다. 그 밖에도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혹은 몇몇 대표작으로 띄엄띄엄 아는 척했던 유명 화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무척 재미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국내 화가 중에서는 이쾌대, 해외 작가 중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각 화가별로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을 하나씩 연결 지어주는 데 그 화가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인 경우도 있고, 그 화가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도 특유의 감성이나 화법을 연결 지어 감상하기 좋은 매력적인 미술관인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 어떤 전시에 관심이 가서 미술관을 찾아가 본 적은 있지만, 그 미술관 자체가 궁금해서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저자의 말대로 여러 번 전시를 다니다 보면 좋아지는 미술관이 생기게 된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저자가 연결 지은 미술관, 그리고 <비밀노트>라는 이름으로 권말부록처럼 붙어있는 국내 미술관 추천 목록에서 개인적으로 방문해 본 곳이나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의 이름을 발견하면 괜히 기뻐지니 한 번씩 체크해 보자.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