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 교하들판 새들의 이야기
황헌만 지음 / 소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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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동쪽(강원도 지역)에서 발원한 한강과 북녘에서 내려오는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인 교하, 두 강이 만나기 직전 마지막 지류가 바로 공릉천이라고 한다. 교하들판을 가로지는 공릉천 하류를 지역주민들은 교하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교하강 일대의 거대한 습지를 배경으로 2008년부터 15년간 사진을 찍었다. 지역 농부들의 삶의 터전이자 남북을 자유로이 오가는 수많은 새들이 만찬을 즐기는 생태계의 보고. 이곳의 아름다움과 변화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집이 바로 이 책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이다. 

새들의 이름과 설명을 보는 재미가 있고, 얼핏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을 다룬 조류 도감 같기도 하다. 종류가 다른 새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도 왠지 정겹다. 여러 새들의 특징을 간략히 설명해 주는데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이라 그런지 괜히 눈에 익은 새들을 찾아보게 된다. 새들의 여름 깃과 겨울 깃의 색이 달라지는 것처럼 번식기에도 털이나 피부색이 변하는 경우도 있는데, 쇠백로에 대한 설명 중 '쇠백로가 사랑하게 되면 눈 주위와 다리가 자주색으로 변한다'(85p) 라고 표현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가끔 이렇게 지극히 인간적인 시점에서 서술된 표현들이 나오는 게 재밌었다. 다른 예로는 '새끼를 돌보느라 몰골이 말이 아닌 어미새'(89p). (참고로, 평소엔 얌전한 올백머리 같은 외형이다.) 



저자는 자신이 사진을 찍기 시작할 즘만 해도 새들과 사람들이 가까운 사이였음을 미리 말해주었는데, 농부가 써래질을 하면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먹이를 찾는 황로와 백로, 모내기로 농부들이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배경인 양 태연하게 그 주변을 차지하고 먹이를 잡는 새들의 사진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새들의 사진 위주이지만, 습지주변 생태계에 살아가는 다른 동물들도 가끔씩 등장하는데, 이름도 귀여운(?) 말똥게와 펄콩게,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이름을 알린 삵, 고라니 등이 있다.




다양한 새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그저 감상하기엔 멸종 위기종이라는 설명이 붙은 새들이 참 많아서 안타까웠다. 거기에 교하들판에 도로가 나면서 개발이 시작되고, 공사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새들의 모습, 그 뒤로 그 종류의 새들을 다시 볼 수 없었다는 해설 등을 보면 더더욱 그랬다. 아직까지 많은 종류의 철새, 나그네 새들이 교하강 주변의 습지를 찾고 텃새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이 그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쭉 그럴 수 있을까.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라고 저자는 질문을 던지며 책을 끝낸다. 그 질문에 이곳이 변하지 않기를, 수많은 동물들의 터전으로 생태계의 보고로 계속 남아있어주길 원하는 바람이 느껴져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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