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진짜? 로럴 스나이더 글, 댄 샌탯 그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진짜?
로럴 스나이더 지음, 댄 샌탯 그림, 홍연미 옮김 / 오늘책 / 2022년 9월

동화 속 이야기는 언제나 이런 말로 끝나곤 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그 확정된 하나의 결말에 태클을 거는 책이 나타났다. 진짜? 하고 반문하는 제목에서부터 강력한 동화 비틀기를 예고하는 것 같다. 커다랗고 반짝반짝한 표지에서 보면 동화 속 인물들이 잔뜩 그려져 있다. 여러 동화들이 뒤섞여 있다는 걸 눈치챘다면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다채로울지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로지는 빨간 망토도 가지고 있고 아주 따뜻한 털 코드도 가지고 있다. 할머니 댁 심부름을 갈 때 입고 갈 코트를 고르는 것부터 로지의 선택이 선택이 시작된다. 한 장 한 장 순서대로 읽는 책이 아니라 선택지에 따라가야 할 페이지가 달라지는 책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화 원작을 따라가도 좋고, 그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로지의 선택, 즉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선택에 따라 로지는 다양한 동화 속 인물들과 만나기도 하고, 또 다양한 결말을 보게 된다. 어떤 동화 속 인물들이 등장할지 그들은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같을지 다를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양한 결말 중에서 딱 하나만 스포 하자면 이 장면, 개인적으론 가장 마음에 드는 결말이다. 이야기의 결말이라는 걸 어떻게 아느냐고? 친절하게도 '끝'이라는 글자로 방점을 찍어준다. 선택한 페이지를 따라가다 '끝'을 만나게 되면, 이전 선택지로 돌아가든 책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든 해서 만족하는 이야기의 끝을 찾아서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다. 이 책만큼 '끝'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책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여러 개의 결말 중 처음 집을 나선 목적인 할머니를 만나는 엔딩은 딱 하나뿐인 것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은 모든 결말이 일반 동화처럼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것. 여기 보여준 속 시원한 결말이 아니라 주인공이 실패하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며 씁쓸한 결말을 맞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배드 엔딩이 더 많을지도. 아이들에게 아직은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먼저 읽고 체크하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면 더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책이 크고 무거운 편이라 아이들이 혼자 들고 보기에는 버거울 수도 있다. 또 아이들이 어떤 선택지를 고르는지 보며 아이의 성향(궁금한 건 못 참는 개구쟁이일지, 무서운 건 회피하고 보는 안전형인지 등)을 파악해 볼 수도 있겠다. 선택지의 문장들이 꽤 개구지게 쓰여있어 부모님들이 실감 나게 읽어준다면 아이들의 웃음 버튼을 마음껏 눌러줄 수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해본다. 

어쩌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 말고 이 책의 마지막 엔딩과 마지막 페이지를 꼭 만나면 좋겠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선택'에 대해 간결하고 강렬하게 이야기해 준다. 아이도 어른도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로럴 스나이더의 맛깔나는 글과 댄 샌탯의 멋진 그림을 만나볼 수 있는 책. 이야기의 진행을 독자에게 쥐여준 버라이어티하고 액티비티 한 책. 이제 일반적인 동화의 뻔한 해피엔딩이 지겹다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진짜?>를 꼭 추천해 주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