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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신입사원 가현, 주임 나정, 과장 다영, 대표 라희. 네 명의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한데 초능력이 등장하고, 초능력은 있어도 히어로는커녕 어쩐지 짠 내 폴폴 나는 평범한 회사원들의 나날이 그려져있다. 개인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주임, 과장, 대표의 이야기보다 경험한 바 있는 신입사원의 이야기에 더욱 감정이입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지만 회사원으로서 공공의 적이 있어서인가, 회사 내에서 쌓이는 울분과 진상들을 마주하며 차마 입 밖으로는 못 뱉어도 속마음으로 하는 표현들이 공감이 팍팍 되고 속이 시원해지는데, 주인공이 바뀌어도 한결같이 모든 인물의 찰진 입말이 정말 매력적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회사에 대한 명언(?)들도 많이 배워갈수 있다.

이들이 우연히 가지게 된 능력들은 영웅이 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컨트롤 가능한 것들도 아니다. 단 세 번만 할 수 있는 시간 이동, 정신줄 놓을 정도로 피곤할 때만 발현되는 순간 이동, 직원들과 있을 때만 실행되는 독심술, 구독자를 현금화할 수 있는 수상쩍은 자금줄. 초능력이 발휘되기 위한 전제부터가 짠하다.(특히 순간 이동) 그럼에도 이 초능력이 부럽다고 하면 실례일까...
여러 가지 조건이 딸린 만큼 일반적으로 초능력이 생긴다면-하고 상상해 보았을 때 떠오를만한 행동들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외성과 개성과 재미를 모두 잡고 있다. 단편집이지만 회사원과 초능력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단편이라 하나하나의 이야기 진행은 호쾌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소설집은 꽤 오랜만에 읽었는데,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는 만족스러운 책은 더 오랜만인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순식간에 읽은 책. 작가의 또 다른 책이 이 책처럼 텀블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책날개에 있었는데 출간되면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