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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서관 ㅣ 다봄 어린이 문학 쏙 3
앨런 그라츠 지음, 장한라 옮김 / 다봄 / 2022년 9월
평점 :
속으로는 여러 생각과 대답을 술술 만들어내면서도 에이미 앤은 늘 그 대답을 줄이고 줄여 간단하게 대꾸하거나 말을 꿀꺽 삼키고 만다. 집에서는 늘 동생들에게 공간과 고요를 침범당하기 일쑤라 학교 도서관에 남아 좋아하는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인데 어느 날 그 책이 사라져버렸다. 에이미 앤이 가장 좋아하는 <클라디아의 비밀>을 포함한 몇몇 도서들이 아이들에게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대출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에이미 앤은 사서인 존스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책들의 대출 금지 처사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서인 존스 선생님의 부탁으로 함께 참석하게 된 이사회 회의에서 끝내 아무런 발언을 하지 못한다. 도서관에서 더 이상 대출할 수 없는 책을 한 권 두 권 친구들과 서로 교환해 빌려보다 사물함 속에 비밀 도서관(비사도!)을 운영하게 된다.

비사도의 운영 규모가 점점 커지는 과정, 일의 발단이 된 부적절한 책을 골라내어 재검토 신청을 한 스펜서 부인과의 대결구도, 스펜서 부인의 아들 트레이와 에이미 앤과의 미묘한 관계(적인가? 친구인가?), 개성적인 아이들이 힘을 모아 도서관의 책들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기발하고 똑똑한 노력들, 에이미 앤이 속으로 삼켰던 말을 입 밖으로 주저 없이 해낼 수 있기까지의 성장과정 등등 성장소설로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가 참 많았다. 금지된 도서들이 실제 존재하는 책이고, 실제로도 미국 도서관에서 항의를 받거나 서가에서 없앴던 책들이라는 점도 놀랍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등장인물이 한 명도 빠짐없이 매력적일 수 있는지가 참 놀라웠는데, 주인공 에이미 앤과 그의 친구들은 물론이고 존스 선생님과 깜짝 등장한 캡틴 언더팬츠의 작가 데이브 필키도 좋았다. 존스 선생님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공정한 방법으로 풀어내고자 노력하는 좋은 어른이어서 참 멋졌다.
하고 싶던 말들을 하나둘 입 밖으로 꺼내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되고, 그에 심장이 뛰는 걸 느끼는 에이미 앤의 성장 스토리는 감동적이다. 가끔은 문제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속으로 수많은 생각과 대답을 해오던 아이였기에 말문이 트인 그 순간에 내 속이 다 시원해진 느낌. 소소할지 몰라도 평소 우리가 속으로 삼키고 마는 몇 가지 부당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종국에는 아이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매우 유쾌하게 그려져있어 더욱 좋았다. 이야기로서도 푹 빠져 읽을 만큼 재미있는 책인데다가, 개인적으로는 경험한 후에야 어렵게 어렵게 배우고 알게 된 부분들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 등장인물들의 대사 속에 알차게 들어가 있어서 '내가 어릴 때 이런 책을 읽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책. 그래서 더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