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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곰
전이수.전우태 지음 / 서울셀렉션 / 2022년 3월
평점 :
따뜻한 제주섬에 갑작스레 나타난 빙하. 사람들은 순식간에 몰려들어 그 빙하를 관찰하고, 안을 탐험하고, 인증샷을 찍고, 심지어 얼음을 깎아 빙수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림책은 제주에 나타난 빙산을 한 톨도 남김없이 이용해먹으려는 못난 사람들의 모습과, 빙하와 함께 제주로 떠내려온 북극곰이 주인공 이수와 만나는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빙하를 구경하며 빙수를 사 먹은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수많은 사람 중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하나, "나 하나쯤 어때?" 하며 뻔뻔한 발언을 하는 사람도 하나,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침묵. 그 결과는 바로 옆 페이지에 그려져 있듯 쓰레기통을 넘어 엉망이 된 해안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림은 단순하고 색도 다양하게 쓰여 알록달록 매우 귀여운데, 이기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아프게도 꼬집어준다.

한편 북극곰은 자신을 잡으려는 사람들을 피하다 이수의 집까지 오게 된다. 이수는 겁을 먹어 멀리 달아나는데 도착한 곳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새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거북들이가 있는 쓰레기로 뒤덮인 해안가였다. 희한하게도 그곳에선 모든 동물들이 말을 하고, 저마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 처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머리에 검정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채 힘들어하는 북극곰도 그 자리에 나타나 오해를 푼다.
굉장히 충격적이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오염에 다치고 피해를 입는 동물들의 모습들. 까만 기름을 뒤집어쓴 새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거북이, 비닐봉지에 발이나 입이 묶인 동물들의 뉴스는 물론 환경오염을 다룬 책들이 넘쳐나는데 환경오염이나 더 나은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은 작가에게 그러한 정보들이 큰 영향을 미친 걸지도 모르겠다.

이수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제주를 떠난 곰은 집을 찾을 수 있을까.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등으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안다. '나 하나쯤 어때?' 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점차 환경을 망가뜨리는 동안 북극곰은 사라져가는 집을 찾지 못해 영영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책 속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현실의 어른들과 매우 비슷한데, 하나같이 고민할 것과 보아야 할 것을 잘못 고르고 있다. 제주에 나타난 빙하를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빙하가 제주까지 떠내려온 이유와 그로 인해 피해 받을 존재들을 고민해야 한다. 빙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 그 주변에 더러워진 해안과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시선을 돌려야 한다.
자기만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그림과 솔직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책 작가 전이수의 새로운 그림책. 이번 책은 그의 동생 우태도 함께 만들었다. 그림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것도, 책의 말미 '우태와 이수가 함께 만든 그림책'이라 서명처럼 남겨놓은 문장도 귀여운 포인트. 두 어린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도 응원을 남긴다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