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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ㅣ 풀빛 그림 아이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2년 5월
평점 :
묵직한 글과 그림으로 개와 인간의 유대에 대해 쓴 그림책이다. 서로를 잘 몰랐을 때조차 늘 그 이상의 것을 원했던 두 존재, 개와 사람은 어느샌가 서로를 발견했고 오래도록 나란히 걸었고 함께 시간을 흘려보냈다. 숀 탠이 그려낸 공간은 묘하게 어긋나있어서 검게 칠해진 부분을 강, 그 외의 부분을 길이라 했을 때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개와 사람은 사실 같은 길 위의 양 끝에서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의 공간은 한 장의 그림을 동그랗게 말아 원통형을 만든 것과 같다고 표현하면 될까.

서로를 발견한 것도 강을 사이에 두었을 때이고, 한쪽의 죽음 이후로도 강변에서 서로와 작별하고 기다리던 기억이 남아있어 두 존재는 길 양쪽 끝에 앉아 각자의 앞에 강만 바라보며 서로를 기다린다. 개와 사람의 모습은 바뀌어도 그 위치와 바라보는 방향은 변함이 없어서, 서로를 발견하지 못하는 개와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니까 사실 표지 속 검은 개가 뒤를 돌아보는 장면은 이 그림책에서 사실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두 존재는 늘 함께 해왔고 가끔은 한쪽을 떠나보내더라도 늘 서로를 기다리다가, 본문의 표현대로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는 다시 함께 있었다. 이렇게 늘 함께 있게 되었다." 라는 결말. 직관적으로 이해되거나 밝은 분위기로 설명해 주는 친절한 그림책은 아닐지 몰라도 작가만의 세계관과 매력적인 그림체를 잘 살려 만들어낸 책이다. 처음 읽을 땐 조금 갸우뚱하게 페이지를 넘기다가, 몇 번을 읽고 또 읽을수록 점점 더 매력을 느낀 책. 그림으로도 무언의 해설을 잔뜩 담아 그려낸 책. 숀 탠 작가의 그림책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담을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이 그림책 표지의 질감을 꼭 느껴보라고도 권하고 싶다. 책의 분위기, 그림 특유의 느낌과도 찰떡인데다가 제목인 "개"라는 글씨는 굵게 파여 반전된 색으로 칠해져있는데 한번 손대면 그 홈을 계속 문지르고 싶어지는 건... 나뿐이려나ㅋ 처음엔 이 책의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했는데, 읽을수록 하나의 해설과 하나의 매력 포인트를 자꾸만 찾아내게 되어서 신기했고 서평도 이만큼이나 써버렸다. 아이들이 혼자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과묵한 첫인상에 속지 말자. 보면 볼수록 그 매력에 스며들 수 있으니 정들 때까지 자주 읽어주었으면 좋겠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