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각각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 주듯 책을 추천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힐링이 되듯 책을 읽으며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북스 키친'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다.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겨서 사람들이 모이고,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고 위로하고 격려 받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본문 중 12-13p)

<책들의 부엌>은 유진이 '소양리 북스 키친'을 둘러보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공간소개이자 주인공 소개가 들어간 프롤로그를 보며 드는 생각은 딱하나였다. "나도 가고 싶다!" 시골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책방 겸 북 카페 겸 북스테이. 뷰가 좋고 취향이 맞는 카페라면 산꼭대기라도 찾아가는 사람이 많은 요즘,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러 찾아가 볼 만한 매력적인 공간이 아닌가. '소양리 북스 키친'이라는 이름만 보고 북 카페인데 식사도 가능한 곳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음식처럼 맛있게 즐기고 가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본 틀은 책방인지라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수많은 책들이 등장하고, 책방에서 할 법한 이벤트들의 이야기도 꽤 나오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느린 우체통'이다. 그해 방문한 손님들 중 편지를 남기면 책과 함께 크리스마스이브에 그 편지를 배달해 준다는 프로그램. (사실 책 속 이야기에 직접 나온다는 건 모르고 책과 함께 온 우편엽서를 보고 재미있겠다, 엽서 예쁘다 등의 생각을 했던 터라 왠지 한대 맞은 느낌이 들었...) 책 속에서의 프로그램과의 공통점은 편지의 주제가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는 것, 차이점은 참여한 전원에게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책과 함께 오는 게 아니라 총 100명의 사람에게만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과 함께 편지가 도착한다는 것. 책의 내용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벤트인 것 같다.

소양리 북스 키친이라는 특별한 장소를 배경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하나둘 마음속 무언가를 풀어놓고 간다. 북스 키친의 사장님 유진이나 시우, 형준, 세린 등등 스태프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북스 키친처럼, 그러니까 이야기의 배경처럼 꾸준히 곳곳에 있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북스 키친에 방문하거나 머물면서, 위로를 받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사연은 있지만 큰 갈등은 없고,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져 쉽게 읽어지는 책이었다. 매화꽃이 피어나는 봄부터 첫눈이 오고, 크리스마스이브날이 될 때까지 약 일년 간의 북스키친에서의 이야기를 주로 담은 책. 책 속에 나오는 책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 말로만 듣던 북스테이에 대한 로망을 더 크게 키워준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