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시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이라 그들의 노래보다 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작가. 그러고 보니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노래의 제목이자 이 책의 제목에도 '시'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닐 듯싶다. 얼마 전 나온 신간에서 유라와의 협업에 이어 BTS의 노랫말을 가지고 책을 내시는 걸 보고, 신작 출간에 대한 욕심 혹은 부지런함이 많은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즐기는 건 한결같은 성향이라고도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이번 책에서 자꾸만 호명되는 '예원이'는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라는 책을 함께했던 김예원 작가인 듯한데, 두 사람이 함께 한 책은 시인이 40년간 집필해온 시에 당시 25살이었던 김예원 작가가 일기처럼 쓴 글을 함께 엮어 만들어진 책이었다고 한다.

노래 산문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긴 했지만, 책의 구성은 가사집과 감상문, 그리고 일러스트가 더해진 것이었다. 일부러 목차를 보고 순서대로 노래 리스트를 만들어 해당곡을 들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새삼 좋았던 가사도 발견하고, 이전부터 좋아했던 노래들도 다시 듣고 보는 게 참 좋았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프린트해서 나만의 가사집을 만든 적도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나면서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노랫말을 책처럼 읽는다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오랜만에 다시 느낀 것 같다.

시인의 감상문은 정말 노랫말에 집중해서, 그 안의 주인공이나 서사를 찾고 자신의 해석이나 해설을 더한다. 서사나 표현 자체에 순수하게 감탄하기도 하고, 그 내용과 비슷한 시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BTS라는 그룹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시인의 글들은 산문이지만 입말체(구어체)로 쓰여있어서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한데, 받는 대상은 아마도 독자이겠지만 그 대표 인물(?)로 자주 호명되는 이름은 어김없이 '예원이'다.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꾸만 부르는 "예원아"가 조금 신경 쓰였다. 타인에게 쓴 편지를 잘못 받아 읽는 느낌이라 몰입이 좀 깨지는 감도 없지 않았다. 본문 곳곳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그분에 대한 힌트나 이 책을 내는 과정에서 그분의 역할 등이 조금씩 드러나서 익숙해지기는 하는데 초반에는 도대체 예원이가 누군데? 하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랐다.

예원아, BTS 가사집, 의외로 재밌고

정서적 깊이가 있고 생각할 게 많더구나.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노랫말이야.

아니, 노랫말 이전에 시야​.

어쩌나! 노래가, 노랫말이,

이렇게 애상적이고,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가슴 저미도록 아파도 좋은 건지.

잠시 나는 어리둥절 눈을 감아 봐. ​

(본문 중 111p - 'Reflection' / 137p - '봄날' )

BTS의 노래는 나도 즐겨듣는 편인데 영어 가사로 된 노래들도 좋지만, 역시 한글 가사에 더 쉽게 몰입하고 공감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최근 아이돌은 그 그룹만의 세계관과 판타지 등을 갖는 경우가 흔하고, BTS의 신인시절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는 팬들에겐 팬들만이 알고 있는 가사의 해석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미가 아닌 아이돌을 잘 모르는 그냥 시인이자 작가가 바라본 가사에 대한 해석과 감상이 주를 이어서 팬들이 보기에 틀린 해석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경우 노래 자체는 많이 알고 있지만, 시인의 입장에 더 가깝다고 느껴서 그냥 곡 자체의 감상, 가사에 대한 감탄 등이 난무하는 이 글이 부담 없이 읽기에 좋았다.

특히 <봄날>은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나태주 시인도 극찬을 아끼지 않아서 그에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재미있던 본문 중 하나는 <친구>라는 노래에 쓰인 글인데 'Hello my alien / 우린 서로의 mystery / 그래서 더 특별한 걸까' 라는 노랫말에 '야, 이 외계인아. 미스터리처럼 말 안 통하는 친구야. 그래서 더 특별하고 좋았다는 거야.(280p)' 라는 통번역을 남겨주신 것ㅋㅋ 정말 생생하고 진심이 담긴 감상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본문 곳곳에 배치된 일러스트는 노래나 가사, 글에 초점을 맞추고 그려진 건 아닌 듯한데 어김없이 7명의 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들이 많아서 자연스레 BTS 멤버들을 떠올리게 했다. 겉표지를 벗기면 드러나는 표지도 보라색, 본문에 실린 가사의 글자색도 보라색이라 책 곳곳에 BTS의 상징들을 넣으려고 한 노력들이 보였다. 좋은 노랫말을 감상하고, 그에 대한 조금은 독특한 감상문을 함께 나누고, 귀여운 그림도 볼 수 있었던 책. 읽다 보면 노래 부르게 만드는 책. 그리고 노래가 듣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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