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라 그들의 노래보다 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작가. 그러고 보니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노래의 제목이자 이 책의 제목에도 '시'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닐 듯싶다. 얼마 전 나온 신간에서 유라와의 협업에 이어 BTS의 노랫말을 가지고 책을 내시는 걸 보고, 신작 출간에 대한 욕심 혹은 부지런함이 많은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즐기는 건 한결같은 성향이라고도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이번 책에서 자꾸만 호명되는 '예원이'는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라는 책을 함께했던 김예원 작가인 듯한데, 두 사람이 함께 한 책은 시인이 40년간 집필해온 시에 당시 25살이었던 김예원 작가가 일기처럼 쓴 글을 함께 엮어 만들어진 책이었다고 한다.
노래 산문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긴 했지만, 책의 구성은 가사집과 감상문, 그리고 일러스트가 더해진 것이었다. 일부러 목차를 보고 순서대로 노래 리스트를 만들어 해당곡을 들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새삼 좋았던 가사도 발견하고, 이전부터 좋아했던 노래들도 다시 듣고 보는 게 참 좋았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프린트해서 나만의 가사집을 만든 적도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나면서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노랫말을 책처럼 읽는다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오랜만에 다시 느낀 것 같다.
시인의 감상문은 정말 노랫말에 집중해서, 그 안의 주인공이나 서사를 찾고 자신의 해석이나 해설을 더한다. 서사나 표현 자체에 순수하게 감탄하기도 하고, 그 내용과 비슷한 시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BTS라는 그룹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시인의 글들은 산문이지만 입말체(구어체)로 쓰여있어서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한데, 받는 대상은 아마도 독자이겠지만 그 대표 인물(?)로 자주 호명되는 이름은 어김없이 '예원이'다.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자꾸만 부르는 "예원아"가 조금 신경 쓰였다. 타인에게 쓴 편지를 잘못 받아 읽는 느낌이라 몰입이 좀 깨지는 감도 없지 않았다. 본문 곳곳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그분에 대한 힌트나 이 책을 내는 과정에서 그분의 역할 등이 조금씩 드러나서 익숙해지기는 하는데 초반에는 도대체 예원이가 누군데? 하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