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악마 이삭줍기 환상문학 5
자크 카조트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림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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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베라노의 도움을 받아 악마를 소환한 똑똑하고 치기 어린 젊은이 알바로. 낙타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마에게 호령하며 그 모습을 스패니얼로, 또 하인의 모습으로 바꾸게 하고 그를 섬기게 한다. 소환된 악마는 아름다운 외모의 비온데타. 그녀는 알바로에게 복종하는 대신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 얼핏 보기에 불공정한 이 계약을 보자면 비온데타는 첫 만남에서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알바로는 남장을 한 채 충직한 하인 역을 하는 비온데타에게 끌리지만, 그녀는 환상적 존재일 것이라 믿고 다른 위험이나 꿍꿍이가 있을 것을 의심해 마음을 주지 않은 채 도박이나 사교계 여인들에 시선을 돌린다. 알바로와 관계를 맺은 후 그에게 광적인 사랑을 품은 올림피아라는 여성에 의해 비온데타는 피습당해 죽을뻔한고비를 넘긴다. 알바로는 다시 깨어난 그녀에게 외친다. "내 사랑 비온데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연인은 그동안 하지 못한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비온데타에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되어 알바로가 그녀에게 충직할 것을 맹세할 때는 뒤에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날까 조금 오싹하기도 했다. 그 뒤로 알바로는 비온데타와 결혼을 꿈꾸며 그의 어머니를 찾아가는데 비온데타는 그의 행복을 위해 따르겠다 마지못해 말하지만 그 여정에 대해 여러 번 부정을 드러내고 결혼이 아닌 알바로와의 결합을 위해 그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1845년에 쓰인 이 환상문학은 그저 두 사람의 이야기로만 읽으면 현대의 로맨스 판타지 같기도 하다. 인간과 악마의 사랑, 악마라는 환영받지 못하는 환상적인 존재로 인해 여러 고난과 역경을 겪지만 결국 모든 역경이 해소(?)되며 끝난다. 


하지만 그저 18세기 버전 로판으로 보기엔 영 찜찜하다. 알바로가 겪게 되는 역경이 해소되는 방법이 정통적인 로맨스를 따르지 않고, 이게 과연 절절한 사랑 이야기인 걸까 의심하게 되는 장면 역시 많았다. 거기에다 비온데타의 정체를 알고 있는 독자가 보기에 그녀의 말에는 거짓이 있고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정말 사랑인지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비온데타의 화려한 언변과 행동들은 매력적이지만 노골적으로 한 가지 목적만을 바라고 있고, 책의 소개에 따르면 호기심과 지식욕을 가지고 경험주의를 맹신하는 똑똑한 청년 알바로의 행동과 생각들은 열정과 배짱이 넘치지만 막상 대책은 없어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남주랄까.



초반부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빠른 전개 과정은 흥미롭고, 18세기에 쓰인 문학인데도 확실히 끝까지 쉽게 읽을 수 있다. 알바로와 비온데타, 두 인물에 집중해 사랑 이야기로 읽고 해석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그들의 사랑이 상징하는 여러 의미나 이 작품이 가진 문학사적 입지와 세계 환상문학의 흐름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면 본문 뒤의 작품 해설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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