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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평점 :
달밭마을에 살고 있던 바우와 소희, 초등학교 6학년 때 달밭마을로 이사 온 미르까지 삼인방의 이야기가 그려진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시리즈 2편이 『소희의 방』이다. 전작에서 바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희는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는 '하늘말나리'와 같은 아이였다. 아버지가 죽고 재혼한 어머니와 헤어져 홀로 할머니와 자란, 일찍 철들어버린 아이. 공부를 잘하고 작가를 꿈꾸며 키가 껑충 큰 예쁜 소희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미용실을 운영하는 작은엄마 집에 살았다. 중학생이 된 후 자신을 데리러 온 엄마를 따라가 새로운 집으로 가는 시점에서 이 책에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방이 생기고, 살갑게 대하는 새아빠와 까칠하고 심술을 부리는 동생 우혁이, 누나를 반기는 귀여운 막내 우진이까지 엄마 이외의 가족이 늘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고, 이름도 윤소희에서 새아빠의 성을 따라 정소희가 되었다. 모든 게 변화된 환경에 소희는 적응하려 애쓰고 얌전한 모범생으로 지내려 하지만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자꾸만 기대가 무너지고 속상한 일이 생겨난다. 학교에서 제일 친하게 지내는 채경이나 남자친구인 지훈에게도 차마 자신의 진짜 처지와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소희는 엄마와 다툰 후 집을 뛰쳐나오게 된다.
학교생활, 가족들과의 관계, 디졸브와의 채팅 등등 새로운 인물들과 적응해가는 과정과 또래의 아이들이 누리는 것들을 하나하나 겪어내는 모습이 평탄(?) 하게 그려지는 중반까지의 이야기와 달리, 참던 것이 터지고 엄마와 속마음을 터놓고 과거의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일어나는 이야기는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새아빠의 큰 딸 리나와의 만남과 대화는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헤어졌던 엄마와 다시 재회한 이후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상대이자 둘만 알게 된 가족의 비밀을 목격한 사람이고, 같은 방을 각자의 방으로 사용했던 사람이라는 점 등등 리나는 소희에게 낯선 사람이지만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서로 감정이입할 거리가 많았고, 소희보다 먼저 겪어낸 사람이어서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대화는 쉬이 끊이지 않고 서로가 애틋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소희의 방』은 전작인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출간된 지 11년 만에 나왔고, 이번에 내가 읽게 된 개정판은 『소희의 방』이 출간된 지 또 11년 만에 나왔다고 한다. 총 3부작인 이 시리즈의 개정판은 아이들의 얼굴을 더 구체적으로 그려낸 표지로 꾸며졌는데 확 눈길이 간다. 책에 나오는 열다섯 살 소희는 보통의 또래보다 조금 더 처연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표지 속 소희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 주인공 입장에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는 책. 일부러 전작을 읽고 이어서 읽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3부작의 마지막 편까지 쭉 읽어나갈 예정이다. 아직 열다섯 살인 아이들, 청소년소설이자 성장소설의 주인공치고 소희는 굉장히 얌전하고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한다.(소희를 둘러싼 환경이 쉽지 않았음에도.) 모쪼록 부디 지금처럼 치열하게 자라나기를 응원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