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훈자라는 여행지에서 만난 다섯 명의 이야기. 각자의 삶과 상처는 비밀로 하고, 어울리는 시간 동안 나누는 적당한 친목의 대화가 현실감 있어서 좋았다. 서로에게 100퍼센트 솔직하지 않아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데도 낯선 곳에서 어울리는 동안 자연스레 '우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유대와 관계가 쌓인다. 등장인물은 저마다 큰 상처를 갖고 있는데 여행 안에서 만들어진 이 관계에 크게 위로받는 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여행은 도피, 회복, 힐링 등을 꿈꾸며 떠나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라도 이룬다면 그 여행과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니겠는가.
김설, 남하나, 최낙현, 전나은, 오후. 이렇게 다섯 명의 인적 사항(이름, 나이, 직업 등)이 목차에 등장하고, 본문은 그 인물의 시각으로 그들의 여행을 풀어낸다.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 여행을 하며 마주한 이들의 인상, 외계인 게임에 참여하는 동안 나누게 된 이야기들. 외계인 게임을 주선한 이가 '오후'라서 인지 그 인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이 전부 나오는 게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후라는 인물이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큰 인상을 남겼다. 보라가 불러주던 "후..."와 설이가 외쳐주던 "후야."가 귀에 들리는 것처럼 생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