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생 로랑이 21살 때 처음 만났고, 사업의 파트너이자 연인으로 곁을 지키다 이브 생 로랑이 세상을 떠날 때 눈을 감겨준 사람, 피에르 베르제가 이 책의 저자이다. 이 책은 이브 생 로랑이 떠난 후 장례식에서 읽었던 추도문을 시작으로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에게 쓴 편지들을 모았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는 일반적인 책의 판형이 아니라 시집 혹은 편지지처럼 긴 판형을 가진 책으로, 본문은 날짜를 제목처럼 두고 그 날짜에 쓴 편지글만이 실려있다. 글을 읽을 수신인이 정해져 있다는 것만 빼면 자신의 위치와 안부를 전하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어 일기 같은 글이기도 하다. 편지 하나의 분량이 여러 장으로 길어질 때도, 단 한 줄로 그칠 때도 있어 더 그렇다.
다른 이의 일기나 편지를 엿보는 데는 기묘한 희열이 있다. 대외적인 것 말고, 여기에만 남기고픈 혹은 특정인에게만 하고픈 말들이 쓰여 있을 것 같아서, 아니면 글을 쓰는 이나 받는 이의 깊은 속마음이나 비밀이 한두 개쯤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이 편지들에는 그다지 비밀이랄 건 없는 것 같다. 그저 두 사람이 늘 바라던 영원에 대해, 당신이 남기고 간 것들(수집품, 재산, 추억, 업적 등등)을 정리하는 과정에 대해, 젊은 날에 함께 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해, 가끔은 현실적이고 가끔은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전하며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는 마음 또한 담아 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