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무하의 팬이라면 어느 페이지를 펴도 행복해질 수 있는 책. 사실 사심을 그대로 전하자면, 전시회 도록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풍부한 삽화의 양만 보더라도 충분히 구매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재작년에 알폰스 무하의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그림과 이름은 익숙해져 있는데도 그 화가나 그림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게 없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알수록 더 보인다고, 알폰스 무하와 그의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그와 그의 그림들이 좋아졌다. 그 기억이 점점 멀어질 때쯤 반갑게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림이 풍성했으면 좋겠다, 책형이 조금 크니 그림도 큼직하게 볼 수 있겠다 하는 기대가 있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은 무하 전시회에서 얻었던 정보를 되새기거나 그 이상의 정보를 추가하기에도 좋은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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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는 비로소 포스터 화가, 삽화가로서뿐만 아니라 보석 디자이너, 조각가, 실내 장식가로서도 그 재능을 알리게 되었다. 이제 파리 유행의 정점에서 사람들은 무하라는 이름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실로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보여주며 아르누보의 '총체 예술' 이념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독창적인 아르누보 예술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본문 중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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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령의 나이임에도 무하는 <슬라브 서사시>를 제작하는 거의 20년 동안을 식사하고 잠자며, 잠깐 갖는 티타임을 뺀 아홉 시간 내지 열 시간을 꼬박 작업실에서 보냈다. <슬라브 서사시>는 그야말로 수도승에 가까운 그의 성실한 노동과 열의의 결과였다. (본문 중 249p)


체코 태생이지만, 파리와 미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은 화가. 아르누보의 대표적인 화가이면서 포스터, 광고, 삽화, 보석디자인, 실내장식, 조각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했던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워커홀릭. 그의 삶을 따라 진행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정말 지독한 일중독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 덕에 우리는 그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지만, 그가 남긴 작품의 수나 <슬라브 서사시>같은 대작의 작업과정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저 대단하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재능도 넘치지만 성실함도 넘치는 사람. 그에게 그림은 일이자 곧 삶이었겠지만 힘들진 않았을까.






이제 무하의 포스터는 거리를 메우고 그의 장식 패널은 값싼 목로주점의 먼지 낀 벽에서, 가난한 학생의 허름한 하숙방에서 혹은 고급 주택의 응접실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그의 포스터와 장식 패널은 다시 비단 천에 그리고 엽서에, 작은 과자 상자, 도자기 접시에도 인쇄되었다. 그의 작품은 굳게 닫힌 미술관의 유리문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손이 닿는 거기에, 눈이 머무르는 어느 곳에나 있는 대중을 위한 예술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문 중 92-3p)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무하의 작품은 아무래도 파리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의 연극 포스터와 광고용 상업포스터 및 삽화들이 아닐까. 풍성하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부드럽고 풍만한 몸매의 아름다운 여성들, 꽃과 화려한 장식 및 배경이 들어가 있는. 이 책에서는 파리에서의 전성기 작품들은 물론, 무하의 삶 전반을 다루고 있어 미국 이주 후의 작품, 결혼 후 조국으로 돌아가 민족과 고국에 헌신하는 작품 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어 좋았다.


그의 삶 후반부에 그려낸 그림들은 역사를 함께 다루고 있어서인지 무하 특유의 분위기는 살아있으되, 스토리와 무게감이 있는 작품들이 아주 많다. 이 그림들은 무하라는 화가의 전체 삶을 보았을 때 자신에게도 더 큰 의미가 있는 작품들일 것만 같아 낯설지만 왠지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된다. 전시회에 가서 봤을 때도 인상적이었던 작품 <브르노 남서 모라비아를 위한 국민 연합 복권>은 특히 본문에서도 도슨트처럼 생생한 해설을 더해주어서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었는데 전시회를 한 번 더 다녀온 느낌. 무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아름다운 그림들에 반할 기회를 주고, 무하를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겐 그의 삶과 다양한 작품들을 폭넓게 보여주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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