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 북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
노희정 지음 / 소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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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와 '곰곰히' 매번 헷갈렸는데 이젠 확실히 기억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넘게 책방 지기를 해오는 중인데 그 책방의 이름이 '곰곰이 생각하다'에서 따온 곰곰이 책방이라고 한다. 어린이 청소년 도서를 전문으로 하고, 독자 맞춤형 북 큐레이션은 물론 다양한 강좌 및 행사를 주최하고(개점 당시 무려 국내 최초로 강의실이 있는 책방이었다고 한다), 회원제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등등 특징이라 할만 점들이 참 많은 책방이다.




곰곰이 책방이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곰곰이 책방만의 북큐레이션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책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잘 선정해서 독자들이 인생에서 곰곰이 책방과의 인연을 오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닌 책에 대한 애정이 북큐레이션에 담겨 있다는 것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그날까지 이 일을 즐겁게 할 것이다. ​(본문 중 54p)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책방을 운영해오면서 탄탄하게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독자별/주제별/상황별 추천도서 목록이라던가 독서강좌에 관한 자료 등등)에 자부심을 갖고,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본 시스템이나 북큐레이션 방식에 대한 자신 있는 소개가 이어진다. 그 후 이어지는 여러 프로그램들의 소개도 그렇다. '책방을 살린/시행착오를 거친'이라는 간단한 수식으로 담담하게 이름 붙였지만 꽤 오랜 기간을 들여 장단점을 알아낸 모든 경험을 이렇게 간단하게 요약해 모두에게 알려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껏 읽어온 서점 관련 책들은 자신의 책방 개점 스토리와 그 책방만의 특징, 운영 노하우를 에세이로 가볍지만 즐겁게 다룬 책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뭔가 다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방을 소개하고 자랑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큐레이션과 책방 운영의 노하우와 경험 자체를 공유하는 데 더 목적을 둔 글 같았다. 들어가는 글에 쓴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듯, 자세하고 진지하게 쓰인 글이었다. 그래서인지 솔직한 마음으로 이 책은 책방 운영 에세이가 아니라 성공적인 책방 운영 사례 보고서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세세하게 나누어진 목차를 보면 그런 인상이 조금 더 진해진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중반 이후의 본문은 대부분 책방 운영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먼저 이야기하고 더 구체적인 곰곰이 책방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실제로 운영하면서 고민했을 여러 요소들을 언급하고 곰곰이 책방 이외에도 그 요소에서 성공적인 사례들, 즉 그 부분이 잘 되어있는 다른 서점들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장소와 이름을 직접적으로 공개) 좋은 서점을 만들고 좋은 북큐레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점과 북큐레이션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본문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본인의 책방 이외의 다양한 서점들을 같이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신선했다. 곰곰이 책방은 물론 본문에 등장하는 다양한 책방들이 궁금해져서 책을 읽다 말고 서점들의 이름을 검색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좋은 의미로 내 예상과는 다른 책이었다. 책과 책방에 대한 애정, 진지함이 느껴졌고, 이미 겪어본 선배로서 꼼꼼하게 조언해 주려는 마음이 보여서 참 좋았다.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현재와 앞으로의 서점의 모습에 대한 고민과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단순히 곰곰이 책방이 궁금하고 북큐레이션에 대한 가벼운 호기심에 이 책을 집었다면 생각보다 묵직하고 세세한 이야기에 조금 의아해지거나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립 책방과 그 책방들의 다양한 북큐레이션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혹은 책방 운영에 대한 로망을 품은 예비 책방 지기로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북큐레이션과 책방 운영에 대한 자세한 조언과 함께 많은 배움을 얻어 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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