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서의 일>에 대한 '일지'를 적은 책은 아니다. 10년 넘게 한 도서관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는 사서가 그 도서관에 발을 들인 첫 순간부터 시작해 여러 고비를 넘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거쳐 성장하고 깨달았던 나날을 '일기'처럼 남긴 책이다. 사서의 일을 중심적으로 소개하거나 글을 썼다기보다는, 자신의 일상과 도서관 운영의 부분들(사서로서의 마음가짐 등도 포함해서)을 연결 지어 쓴 글이 많았다. 역자로서 활동하기도 하고 글쓰기의 미혹에 빠진 후 꾸준히 글쓰기 취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본문의 필력이 상당하다. 재미있는 건 여유시간에 읽을 책을 찾아헤매는 내용을 적은 부분이나, 휴가 기간 읽을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들에게 책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특히 솜씨 있게 잘 쓰여 있어서 북 큐레이션 쪽으로 재능이 있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어쩌면 다년간 쌓인 큐레이션 경력 덕분인 걸까?
저자는 '지혜의 집'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온전히 운영하게 되면서 도서관리(수서부터 대출반납, 장서점검, 폐기까지), 다양한 문화행사와 사서의 추천도서 코너 운영, 매년 겪는 도서관 운영평가 등등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문화행사 등에 있어서는 재능기부나 봉사자들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만, 도서관을 온전히 혼자 꾸려간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최근에 코로나로 인한 도서관 휴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그 부분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거리 두기 단계가 이리저리 변화를 겪는 동안 도서관도 휴관을 반복했다. 불편하고 답답했던 건 도서관 이용자 뿐 아니라 운영자도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을 되살려 일상을 되찾고 싶었던 마음 역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