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의 일 - 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양지윤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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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서의 일>에 대한 '일지'를 적은 책은 아니다. 10년 넘게 한 도서관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는 사서가 그 도서관에 발을 들인 첫 순간부터 시작해 여러 고비를 넘기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거쳐 성장하고 깨달았던 나날을 '일기'처럼 남긴 책이다. 사서의 일을 중심적으로 소개하거나 글을 썼다기보다는, 자신의 일상과 도서관 운영의 부분들(사서로서의 마음가짐 등도 포함해서)을 연결 지어 쓴 글이 많았다. 역자로서 활동하기도 하고 글쓰기의 미혹에 빠진 후 꾸준히 글쓰기 취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본문의 필력이 상당하다. 재미있는 건 여유시간에 읽을 책을 찾아헤매는 내용을 적은 부분이나, 휴가 기간 읽을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들에게 책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특히 솜씨 있게 잘 쓰여 있어서 북 큐레이션 쪽으로 재능이 있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어쩌면 다년간 쌓인 큐레이션 경력 덕분인 걸까?

저자는 '지혜의 집'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온전히 운영하게 되면서 도서관리(수서부터 대출반납, 장서점검, 폐기까지), 다양한 문화행사와 사서의 추천도서 코너 운영, 매년 겪는 도서관 운영평가 등등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문화행사 등에 있어서는 재능기부나 봉사자들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만, 도서관을 온전히 혼자 꾸려간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최근에 코로나로 인한 도서관 휴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그 부분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거리 두기 단계가 이리저리 변화를 겪는 동안 도서관도 휴관을 반복했다. 불편하고 답답했던 건 도서관 이용자 뿐 아니라 운영자도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을 되살려 일상을 되찾고 싶었던 마음 역시 같았다.


혼자 도서관을 운영하느라 힘들다며 입버릇처럼 징징대곤 했지만, 사실 내 옆에는 이렇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자원활동가들이 있다. 해마다 독서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역사 교실에서 재미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이. 그리고 이날, 지혜의 집에는 손재주 좋은 조력자가 또 한 명 생겼다. 이들이 든든히 지혜의 집 뒤에 버티고 있는 한, 내 '사서의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중 176p)

지금은 '정지'가 아니라 '일시정지'인 상태라고. <이슬라>에서도 그랬듯, "부메랑처럼" 일상의 시간은 되돌아올 거라고. 그때를 기다리며 변함없이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성실하게 이어가야 한다. 서가의 먼지를 털고 신간을 구입하고 내년의 계획을 짜면서. "되돌아온 시간의 역습"에 당황하지 않도록 말이다. (본문 중 321p)


사서라는 직업을 꿈꾸면서 사람들은 어떤 것을 기대할까. 책, 혹은 책에 둘러싸인 환경에 혹해서 도서관 사서가 되는 길에 접어드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공부도, 취업도 생각만큼 쉽지 않고, 겨우 도서관이라는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과연 과거의 자신이 꿈꾸던 사서의 모습과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의 말미에 추천사처럼 쓰인 다른 이의 글이 한편 있는데, 글 안에서 저자가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에 대해 자신이 '꿈꾸고 바라던 온전한 사서의 삶'을 살고 있다며 질투하는 내용이 있다. 쉽지 않겠지만 남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 해내고 있는 저자가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계약직으로 있던 2년간의 이야기나, 작은 도서관이라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는 것, 매년 겪는 어려움이나 즐거움 등등 사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혹은 도서관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할 거리가 참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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