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제목을 보고 나는 이 책을 예술작품을 중심에 두고 그림 속 몇몇 포인트를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내 예상과 꽤 달랐다. 예술작품의 부분을 분석하는 내용도 물론 있지만 그게 주가 된다기보다 예술작품의 소재가 된 '신화'를 중심에 두고 인용된 예술작품들과 그 이야기 속 관련된 천문학적인 이야기를 모두 끌어와 이야기를 하나둘씩 풀어놓는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예술 분야의 이야기도 고전미술뿐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현대의 작품들까지 등장하고 미술사적인 흐름이나 화가들의 이야기까지 더해서 내용의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내 예상을 기분 좋게 벗어난 부분도 있었는데, 나는 예술 분야에 조금 더 기대가 있었기에 예술작품의 참고 자료(사진, 그림)만을 생각하다 천문학 분야의 우주 사진도 함께 볼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하지만 양쪽의 사진 모두 사이즈가 그리 크게 실리지 않았다는 게 참 아쉬울 뿐이다. 예술작품의 경우 설명을 덧붙이며 부분만 잘라 확대해 실린 사진들도 있었는데 빼곡한 본문 속에 조각처럼 들어간 삽화들이 아쉬웠고, 개인적으로는 전체 사진을 크게 한번 보여준다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제목처럼 그림 속에서 천문학을 찾아내는 부분들은 꽤 재밌었는데, 신화 속에서 별자리가 된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익숙한 부분부터 종교화에 등장하는 UFO(?) 이야기처럼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참 많았다. 고흐의 작품에 관심을 보인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신화, 예술, 천문학의 이야기를 한 책에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은 꼼꼼히 읽어볼수록 흥미롭지만 그만큼 낯설기도 해서 아주 어렵거나 전문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단숨에 읽어낼 수 있을 만큼 마냥 쉬운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내 경우 일반 예술 책들보다는 완독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나처럼 천문학보다 그림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에겐 조금 아쉬울지 모르겠으나 책의 내용은 풍성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어볼 수 있다는 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신화, 예술, 천문학 이 중 하나 이상의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두르지 말고 약간의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한 파트 한 파트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