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뒤에는 작가의 편지가 붙어있다. 자신의 보물 같은 하루하루를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고,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달라고. 목차의 각 파트가 'Letter' 라는 단위로 쓰인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그림의 해설집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하고, 혹은 누군가(독자, 엄마, 혹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한 이 책의 글들은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아직 어린아이인 작가가 형제들과 뛰놀며 생각한 것, 평화스러운 나날의 감사함, 환경과 생물과 사람에 대한 관찰과 생각들, 스스로 하는 선한 다짐들, 그리고 엄마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편지글까지. ​


어젯밤엔 불을 끄고 자려고 누웠는데

반딧불이가 한 마리 들어와

우리의 별이 되어주었다.

나의 하루 시간은 늘 이렇게 행복하다.


(본문 중 '우리 집 2', 발췌​)


작가에게 가족은 굉장히 소중하고 커다란 존재인데, 씩씩하고 똑똑한 바로 아래 동생 우태와 아직 보살펴줘야 할 점이 더 많은 어린 동생들 유담이, 유정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엄마에게 배운 점,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이에요' 하는 자랑 섞인 글들을 보면 참 사랑스러웠다. 동생 우태의 이름은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잊히지 않을 것 같은데 Letter 4의 '강인함' 이라는 글에서 우태가 유정이를 위해 소리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고, 형인 이수가 보기에도 동생의 그런 모습이 멋지고 강인해 보였기에 이런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Letter 5. 들리지 않나요'에서의 다룬 글들도 인상적이었는데 사람들이 만들어낸 빛에 눈이 멀고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버린 환경에 살고 있는 북극곰 이야기,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조각들로 배를 가득 채운 새들의 서러운 울음소리, 세계의 반은 굶주린다는 기아 상황과 빈곤문제, 노키즈존에 관한 경험담 등등 어른들도 필히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아이들의 시점으로 본 문제들의 심각성과 새로운 시각이 신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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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파트가 나뉘는 페이지에 이수가 글을 쓰고, 기타를 치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들이 작은 사진으로 보여지는데, 그리는 그림의 사이즈가 제법 커서 조금 놀라웠다.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예술가로서 커다란 그림을 그려내고 그림과 관련해서도 글을 쓰는 작가의 실제 모습은 나이에 걸맞는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참고로 책 맨 뒤쪽 작가의 편지가 붙어있는 페이지의 옆 페이지에는 왼쪽 아래에 QR코드가 있어 이를 통해 작가의 작업 영상도 볼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정식 출간 전에 가제본으로 먼저 책을 받아 읽고 서평을 남기게 되어, 내게는 페이지의 묶음별로 몇 등분 분리되어 있는 책이 왔다. 책은 그림만 보면 이대로 낱장으로 간직하다 액자에 넣어두고 싶었고, 글 중심으로 보자면 글에 맞는 그림과의 순서를 어지럽히고 싶지 않아 하나로 묶어두고 싶었다. 아직도 제본을 따로 할까 그대로 둘까 고민 중이다. 글은 솔직하고, 인간으로서 성장해나가는 와중에 느끼는 조금은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과 생각이 와닿아서 좋았고, 가끔 나오는 시적인 문구들이 정말 예뻤다.


엄마가 빨리 건강해져서 나랑 한라산에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어.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기도해.

'엄마의 아픔이 꽃으로 변하게 해주세요.'

엄마, 오늘도 힘내줘서 고마워. 사랑해.


(본문 중 '엄마에게 2', 발췌)


그림들은 저마다 개성적이었지만, 표지로도 사용되었던 '위로 3'의 글과 함께 실린 그림, 그리고 바다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떠오르는 꽃'이란 글과 함께 실린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이 그림 역시 표지의 회색 배경 쪽으로 부분 사용되었다) 대부분 그림 하나당 한편의 글이 쓰여 있고 글 맨 위에 쓰인 제목은 글의 제목인지 그림의 제목인지, 혹은 둘 다인지도 모른다. 추상적인 그림과 정물화에 가까운 그림, 상징적인 그림들도 있었다. 몇몇 그림은 정말 작품 같았고 몇몇 그림은 초등학생 그림일기에 나올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있었다.





글에서도 느껴지듯 작가는 어린이로서, 예술가로서, 작가로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2008년생, 아직 초등학생인 나이에 이번에 출간된 <소중한 사람에게>까지 6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로서의 이력은 이미 대단하지만, 이 글을 읽는 어른들이라면 전이수작가의 엄마아빠, 혹은 이모삼촌 같은 마음으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대견스럽고 훈훈하다고, 그 마음과 솜씨가 모두 예쁘다고, 그러니 부디 이대로만 자라주길.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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