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가족은 굉장히 소중하고 커다란 존재인데, 씩씩하고 똑똑한 바로 아래 동생 우태와 아직 보살펴줘야 할 점이 더 많은 어린 동생들 유담이, 유정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엄마에게 배운 점,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이에요' 하는 자랑 섞인 글들을 보면 참 사랑스러웠다. 동생 우태의 이름은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잊히지 않을 것 같은데 Letter 4의 '강인함' 이라는 글에서 우태가 유정이를 위해 소리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고, 형인 이수가 보기에도 동생의 그런 모습이 멋지고 강인해 보였기에 이런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Letter 5. 들리지 않나요'에서의 다룬 글들도 인상적이었는데 사람들이 만들어낸 빛에 눈이 멀고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버린 환경에 살고 있는 북극곰 이야기,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조각들로 배를 가득 채운 새들의 서러운 울음소리, 세계의 반은 굶주린다는 기아 상황과 빈곤문제, 노키즈존에 관한 경험담 등등 어른들도 필히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아이들의 시점으로 본 문제들의 심각성과 새로운 시각이 신선했다.
각 파트가 나뉘는 페이지에 이수가 글을 쓰고, 기타를 치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들이 작은 사진으로 보여지는데, 그리는 그림의 사이즈가 제법 커서 조금 놀라웠다.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예술가로서 커다란 그림을 그려내고 그림과 관련해서도 글을 쓰는 작가의 실제 모습은 나이에 걸맞는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참고로 책 맨 뒤쪽 작가의 편지가 붙어있는 페이지의 옆 페이지에는 왼쪽 아래에 QR코드가 있어 이를 통해 작가의 작업 영상도 볼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정식 출간 전에 가제본으로 먼저 책을 받아 읽고 서평을 남기게 되어, 내게는 페이지의 묶음별로 몇 등분 분리되어 있는 책이 왔다. 책은 그림만 보면 이대로 낱장으로 간직하다 액자에 넣어두고 싶었고, 글 중심으로 보자면 글에 맞는 그림과의 순서를 어지럽히고 싶지 않아 하나로 묶어두고 싶었다. 아직도 제본을 따로 할까 그대로 둘까 고민 중이다. 글은 솔직하고, 인간으로서 성장해나가는 와중에 느끼는 조금은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과 생각이 와닿아서 좋았고, 가끔 나오는 시적인 문구들이 정말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