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집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던 아이가 비를 맞고 거리를 헤매는 강아지를 발견하곤 집으로 데리고 온다.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점은 주인공 역시 키우던 개를 잃어버려 찾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기견 하면 보통 버려진 개들을 떠올렸는데, 생각해보니 부주의 혹은 우연한 사고로 주인과 떨어져 길을 헤매고 있는 개들 역시 유기견이었다. 비 오는 날 쫄딱 젖은 개를 보고 어쩌면 자신이 키우던 개 '도담이' 역시 어디선가 비를 맞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아이는 작은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글 없는 그림책이 좋다. 전 세계의 아이들이 그림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별다른 번역을 거치지 않은 똑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고(물론 제목과 배경에 등장하는 글자들이 번역되긴 하지만), 그림만으로 스토리를 끌어가고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점도, 등장인물의 말이나 생각을 상상하는데 글이 있는 그림책보다 한층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림책인 만큼 사이즈도 큼직해서 그림의 세세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사실 그림책만큼 책 속의 삽화에 집중하게 되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의 경우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 속 글과 아이가 아직 가지고 있던 강아지 용품(밥그릇 등)에 새겨진 '도담이'라는 강아지의 이름, 그리고 애완동물 용품점과 유기견 센터 등의 건물 간판 등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가게나 센터의 간판은 그렇다 치고 도담이나 초롱이 등의 강아지 이름이 원작에선 어떤 이름일지 괜히 궁금했다. 아이의 머리색이 검은색이고 배경이 생략된 그림도 제법 있기에 생활환경 자체가 아주 외국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라 위화감은 없었지만, 강아지 이름에 외국 이름을 붙이는 것도 흔한 일이라 아주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면 원작 그대로의 이름을 살리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