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습니다 I LOVE 그림책
제프 뉴먼 지음, 래리 데이 그림 / 보물창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비 오는 날 집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던 아이가 비를 맞고 거리를 헤매는 강아지를 발견하곤 집으로 데리고 온다.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점은 주인공 역시 키우던 개를 잃어버려 찾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기견 하면 보통 버려진 개들을 떠올렸는데, 생각해보니 부주의 혹은 우연한 사고로 주인과 떨어져 길을 헤매고 있는 개들 역시 유기견이었다. 비 오는 날 쫄딱 젖은 개를 보고 어쩌면 자신이 키우던 개 '도담이' 역시 어디선가 비를 맞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아이는 작은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글 없는 그림책이 좋다. 전 세계의 아이들이 그림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별다른 번역을 거치지 않은 똑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고(물론 제목과 배경에 등장하는 글자들이 번역되긴 하지만), 그림만으로 스토리를 끌어가고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점도, 등장인물의 말이나 생각을 상상하는데 글이 있는 그림책보다 한층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림책인 만큼 사이즈도 큼직해서 그림의 세세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사실 그림책만큼 책 속의 삽화에 집중하게 되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의 경우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 속 글과 아이가 아직 가지고 있던 강아지 용품(밥그릇 등)에 새겨진 '도담이'라는 강아지의 이름, 그리고 애완동물 용품점과 유기견 센터 등의 건물 간판 등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가게나 센터의 간판은 그렇다 치고 도담이나 초롱이 등의 강아지 이름이 원작에선 어떤 이름일지 괜히 궁금했다. 아이의 머리색이 검은색이고 배경이 생략된 그림도 제법 있기에 생활환경 자체가 아주 외국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라 위화감은 없었지만, 강아지 이름에 외국 이름을 붙이는 것도 흔한 일이라 아주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면 원작 그대로의 이름을 살리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구성에서 몇 가지 특이점이 있는데 하드커버를 열면 바로 보이는 속지부터 본문이 시작되고 마찬가지로 뒤표지의 속지로 이야기가 끝난다는 점과, 보통의 책에는 시작이나 마지막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판권기(그 책의 서지사항을 기록해둔 페이지)가 본문이 시작된 후 몇 페이지 뒤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본문의 시작과 끝점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느낌을 주지만 본격적인 본문이 시작되어도 글이 없는 건 마찬가지기에 이어지는 느낌이 자연스러웠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장은 주인공 소녀의 또 다른 만남과 시작을 시사해 주기에 희망적인 인상을 남겨주었다. 판권기가 들어간 페이지 역시 자연스레 주어진 그림의 빈 공간을 이용한 느낌이었는데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본문의 구성을 독특하지만 자연스럽게 잘 이용한 것 같았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특징은 강아지와 주인공 소녀만을 주목하고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어린아이가 혼자 살고 있을 리 없고,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함께 전단지를 만들고 아이를 도닥여주었으며 유기견 초롱이를 집으로 데려온 날도 조용히 타이르거나 안쓰러운 시선으로 함께 밥을 챙겨주었을 가족들이 있었으리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집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소녀와 강아지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아이와 강아지의 만남,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애정, 헤어짐을 겪는 주인공에게 온전히 집중하게 되고 쉽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자신이 데려온 강아지 초롱이를 찾는 전단지를 발견한 소녀의 놀라움, 주인에게 강아지를 데려다주는 날 문을 두드리기 전 망설임, 본래 주인을 보고 신난 강아지를 보며 느끼는 섭섭함을 그리 복잡하지 않은 그림만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부분적으로 채색된 그림은 아주 세밀하지도 너무 단순화되지도 않았지만 섬세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 어떤 존재를 만나고 헤어지는 이유와 그 감정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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