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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툰 위로가 너에게 닿기를
선미화 지음 / 시그마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한결같은 말투를 유지하며 친근하게 짤막한 이야기를 건네고, 포근한 그림으로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책.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개 그렇듯 그냥 편안하게 읽기에 무난하고 힘들 때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글 한둘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책이었다. 사실 힐링 에세이류의 책을 그리 많이 보지 않는데 이 책은 표지의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하나의 글에 하나의 그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수의 그림들이 들어있는데 동화책 속 삽화처럼 약간은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들, 수채화 느낌이 물씬 나는 풍경 그림들, 어딘가 문구류나 장식품 등에 그려있을법한 일러스트들처럼 각각의 그림들이 비슷한 듯 다양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그림에 대한 인상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꽤 깊게 남았다. 꽃과 동물들도 주요 소재로 그려져 있는데 동식물 특유의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빽빽하지 않은 글의 배치와도 제법 잘 어울렸다.
반면 글이 주는 인상은 그리 진하지 않다는 게 사실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여행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빼면 구체적인 경험이나 특별한 서사를 담은 이야기는 없기에 소설이나 하나의 주제를 쫓는 기타 장르의 글처럼 흠뻑 빠져서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저 힘을 빼고 하나 둘 읽다 보면 하나같이 틀린 말은 없어서 '그렇지, 나도 이런 생각한 적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본문은 내내 반말로 진행되는데 담담하게 조금은 딱딱하게 생각을 풀어놓기보다는, 보다 친숙하게 또래의 사람에게 말을 거는 느낌으로 적어보고자 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사실 나에게는 조금 낯설었고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이나 사랑의 의미를 일상의 한 부분에서 연결 지어 쓴 글들은 누구나가 하는 생각과 비슷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생각들을 말로 내뱉거나 글로 써보는 일은 드물기에 문어체로 쓰인 이 글이 더 낯설고 어색한 인상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본문의 글에서 한두 줄을 떼어와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페이지가 좋았다. 막상 글 전체를 읽어보면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 줄과 같을 때도 다를 때도 있었지만, 그 페이지만 똑 떼어다 엽서처럼 간직하고 싶기도 했다. 수채화 느낌의 그림들이 특히 취향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비중을 갖고 있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다. 도서관에 간다면 저자의 책들을 들춰보고 그림들을 훑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