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 타이포그래피 편 - 세계적 거장 50인에게 배우는 개성 있는 타이포그래피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
스티븐 헬러.게일 앤더슨 지음, 윤영 옮김 / 더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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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다녀온 기분이다. 혹은 그 전시회의 도록을 꼼꼼히 읽은 느낌이라는 게 더 적당하려나. 책을 펼치면 한 페이지 가득 작품을 보여주고 나머지 한 페이지에 글을 실은 단순한 본문 구성이 전시회의 도록과 비슷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나는 비록 디자이너도 아니고, 타이포그래피의 기초도 수많은 기법과 종류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저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읽었다. 낯설지만 재미있었고 작품도 그 작품의 해설과 글쓴이가 그에 얹어준 디자이너들을 위한 조언들 역시 어렵지만은 않았다. 이론적 기초를 전혀 모르더라도 그저, 다양한 방법으로 글씨를 쓰고 그리고 변형하고 장식하여 완성되고 활용되었던 작품들을 구경하고 싶다면 겁먹지 말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이라는 표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의 본문은 타이포그래피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들을 주요 독자로 삼아 그들이 디자이너로서 책 속의 작품들(혹은 작품에서 사용된 다양한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작품이 어떤 종류의 타이포그래피인지, 어떤 기발한 기법들이 사용되었는지, 그 기법의 유래나 역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등 흥미로운 정보들을 알려주고 어떤 점에서 이 작품과 작가의 시도가 의미가 있는지를 짚어준다. 디자이너로서 어떤 점이 칭찬할만한지 어떤 부분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능력인지를 강조하고 조언을 덧붙이기도 한다. 처음 보는 작가들의 이름과 기법 이름들이 나열된다는 점에서 문외한인 독자들에게 아주 친절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연히 들어간 전시회에서 매력적인 작품을 먼저 보고 그에 붙어있는 작품 해설 등을 읽는다 생각하면 그리 난해하거나 아주 어려운 수준의 글도 아니라 그저 흥미로웠다.


  기초적인 지식을 알려 주는 훌륭한 책들은 이미 시중에 충분히 많다. 그보다 우리는 타이포그래퍼가 타이포그래피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재미있고 기발한, 때로는 난해하기까지 한 특별한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중략 )

  다시 말해 다른 타이포그래피 기초서가 식사의 ‘메인 코스’라면, 이 책 속의 아이디어들은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타이포그래피 메뉴 중에서도 가장 달콤한 디저트들을 잔뜩 먹어볼 시간이다. 


 머리말 중 7, 8p



​책의 본문이 끝나면 그 뒤로 '용어 사전',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찾아보기' 등이 부록처럼 붙어있다. 설명은 간략한 편이지만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본문의 낯선 용어들이 걱정된다면 본문을 읽기 전에 가볍게 용어 사전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하지만 몇몇 용어들은 간단한 외국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아 어렵진 않다. 난 오히려 서체를 개발해낸 디자이너들의 이름이 붙은 서체의 이름이 더 많이 낯설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속 목록은 아마도 전부 원서 같아서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이 있는지, 이 책들은 저자가 말한 메인디시 같은 기초서일지, 이 책과 결을 같이 하는 디저트 같은 책 들인지 조금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작품들을 살펴보고 여러 개념들을 알게 되면서 실생활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꽤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자면 책표지, 회사나 출판사의 로고, 매년 열리는 국제 도서전의 포스터, 캘리그래피 작품들, 거리의 간판, 음악 앨범의 표지, 모자나 옷에 프린트된 글자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것만 당장 사진을 찍어도 10개 이상은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프로 타이포그래퍼가 만들어내고 상업적이나 예술적으로 큰 가치가 있느냐는 등 개개의 차이는 있겠지만, 알면 알수록 타이포그래피는 친숙하고 흥미로운 디자인 분야인 것 같다. 우리는 자라면서 글자, 특히 모국어인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반복해 배우는데, 굳이 배우지는 않더라도 한글을 비롯해 모든 글자의 예술성과 미학적 특성을 발전시킨 장르가 바로 타이포그래피가 아닐까. 아이들이 처음 글자를 배울 때 자음 모음을 닮은 그림이나 같은 글자로 시작되는 단어의 그림과 매치해 만들어진 커다란 한글 포스터를 붙여두는 것처럼 타이포그래피란 용어나 개념은 낯설지 몰라도 실생활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친숙한 예술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작품들 역시 전시를 위한 예술품 뿐만 아니라 실제로 쓰인 영화 포스터나 캠페인 광고 등에 쓰인 활용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친숙하기에 더 매력적인 타이포그래피의 인정받는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책이었다. 디자이너라면 안목을 넓히고 실용적 조언도 얻을 수 있겠고, 그저 흥미가 있는 일반 독자들이라면 세계적 거장들의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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