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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음 Touch (스페셜 에디션)
양세은(Zipcy)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저는 센슈얼과 섹슈얼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에로틱함이나 편안한 건전함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을 온화하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에필로그, <닿음>을 그리게 된 계기 중, 209p
다른 무엇보다 '사랑에 푸욱 빠진 눈빛'을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습니다.
-에필로그, 그림에 대하여 중, 209p
단둘만 있을 때, 서로의 눈에 서로밖에 안 보일 때, 꼭 들어맞는 안락함에 편안함을 느끼지만 한없이 풀어지지는 않고, 상대방이 너무나 예뻐 보이는 만큼 나 역시 상대방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서 조금은 긴장하고 마는 그 행복한 순간들을 그림에 담은 것 같다. 섬세한 머리카락 표현과 꿀 떨어질 듯한 달달한 눈빛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에필로그에 쓰인 작가가 가장 신경 쓴 포인트 중 하나가 눈빛이라 하니 과연 그렇군 하며 다시 한번 그림 속 눈빛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 혹은 그녀의 이야기로 한쪽 귀퉁이에 붙어있는 짧은 글들은 그림 속 상황에 부연 설명이나 감정이입을 살짝 돕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데, 사실 그리 시선이 가거나 깊이 공감할만한 이야기까지는 아닌 감정적인 서술이 대부분이라 가볍게 읽고 다시 그림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인스타 등 SNS에서 워낙 유명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의 단행본은 처음 책으로 출간돼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 이렇게 스페셜 에디션으로 또 한 번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전에 출간된 일반 버전에서는 보지 못한 미공개 일러스트가 책 뒤편에 실려있고 일러스트 작업과정을 담은 페이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스타도 하지 않고 이전의 책도 보지 못했지만, 작가의 이름과 몇몇 그림들을 본 적은 있었고 작년 서울일러스트페어에서 집시님의 일러스트로 꾸며진 다이어리를 판매했던 걸 본 기억도 있으며, 현재 출판된 책 중에는 컬러링북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다양한 작품활동에 대해 소문으로만 듣다 온전한 단행본으로 제대로 접해본 작가의 그림들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스페셜 에디션에는 2종류의 스페셜 페이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주인공들의 눈빛에 담긴 애정과 연민을 느껴보세요'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작품 속 두 주인공의 얼굴을 중점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페이지가 이어진다. 두 번째는 일러스트 작업과정 등을 담고 있는데 스케치와 칠, 톤 보정, 그림자 등 효과를 넣어가며 완성되어 가는 그림의 장면 장면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스페셜 페이지가 정말 좋았다. 앞선 본문에서 마음에 들었던 그림의 클로즈업 샷이 등장하는 순간 그 페이지를 잘라 벽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킨십을 주제로 1년 반 동안 그려진 그림들은 달달하다는 표현이 쉽게 떠오를 만큼 참 예쁘다. 하지만 살짝은 에로틱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스킨십보다도 한쪽이 힘들 때 서로에게 닿아있음으로 위로받기도 하는 그 장면들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겐 이 책의 제목이 영어보다 한글로 '닿음'이라 쓰인 게 더 먼저 눈에 들어왔나 보다. 혼자 봐도 좋지만 연인과 함께 보면 더 좋을 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