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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ㅣ I LOVE 그림책
조쉬 펑크 지음, 스티비 루이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평소 집 근처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공립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뉴욕 공공 도서관같이 커다란 규모의 도서관에는 왠지 모를 로망을 품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커다란 사자 석상 두 마리가 입구를 지켜주는 뉴욕 공공 도서관은 미국에서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하얀 대리석 건물로 지어졌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한 번쯤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가 벌어지는 배경은 바로 그 뉴욕 공공 도서관이고, 주인공은 그 도서관의 명물이기도 한 돌사자들이다.

인내(Patience)와 용기(Fortitude)라는 이름의 두 사자는 사람이 없을 때 슬며시 눈을 뜨고 서로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는 단짝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아침해가 뜨고 도서관의 문이 열리기 전에 언제나처럼 그 자리로 돌아와 도서관 경비를 하는 일이 두 사자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새벽 인내가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걸 알게 된 용기는 인내를 찾아 도서관 안으로 들어간다. 도서관 안을 헤매는 동안 도서관의 몇몇 공간들과 특징적인 조형물 등이 자연스레 소개되는데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과는 달리 도서관 안의 방은 너무도 많아서 위치라던가 규모가 쉽게 상상되지는 않는다. 개수대에 있는 청동 사자의 도움의 얻어 도서관 내의 지도를 얻게 되었을 땐 내가 대신 그 지도를 펼쳐보고 싶었달까. 혹시나 책의 말미에 도서관 내부 지도가 실제로 실려있진 않을까 기대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대신 책 속에 등장하는 '방문객을 위한 안내서와 지도'가 한국어 버전이라는 디테일에 조금 웃었다.)

단순하고 평화스러운 이야기에 다정하고 서로를 아끼는 주인공들은 조금 심심할 수 있지만 뉴욕 공공 도서관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상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좋았던 것 같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시리즈를 보면서 난 '도서관이 살아있다'도 있을 법 한데라는 상상을 했었으니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들에 대한 보충 설명이 본문 뒤에 간략하게 나와있기는 한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실제 '뉴욕 공공 도서관'이 많이 궁금해졌다. 집 근처에 큰 규모의 도서관이 없는 경우 이런 큰 도서관에 대한 흥미를 당겨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조금 더 호기심이 생기게 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