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 감정적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책 속의 서술은 결코 감성적이지 않았다. 매번 서술자가 달라지는 짧은 이야기 속에 주인공들은 순수한 의문을 품고 생각하고 또 생각할 뿐이었다. 그날의 광주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청에 남았던 사람들의 마지막 밤 그전에 이미 벌어진 참혹하고 어리둥절했던 죽음들. 중학생 동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직은 살아있었던 사람, 그전에 죽었던 사람,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그 후 이야기까지. 어떻게든 연관이 있고 그날 광주에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담담한 어조로 이어지는데 자꾸만 내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끔씩 눈물이 나기도 했다.
중학교 역사 시간에 관련 영상을 보고 그저 충격에 빠진 채, 왜 눈물이 나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들이 왜 죽었어야 했는지, 군인들은 왜 그렇게 사람들을 때리는지, 쓰러진 사람들의 옷을 벗기고 질질 끌어다 짐짝처럼 트럭에 가득 싣고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시민들은 왜 시민군이 되어야 했는지, 이미 죽은 시체를 수습하러 왜 총알 세례 속으로 뛰어들고 또 뛰어드는지, 모두가 죽을 거란 걸 예상하면서도 왜 그날 시청에 남았는지... 그 영상 안에 있었던, 실제 그날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은 과연 이런 질문의 대답을 알고 있었을까.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직 관련 생존자들과 그 일에 가장 큰 결정권자였던 사람이 남아있는 시대에서 이렇게 용감하게 글을 쓴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고 나서도 뭐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 사건에 대해 그 사람들에 대해 아주 진지하고 정중한 자세로 바라보며 여러 생각과 상상을 거쳐 쓰인 글이라는 게 느껴졌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영화나 소설 등에서 여러 번 다루어졌지만 보통 명확한 입장을 가진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시점과 인물을 다양하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낸 게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 글을 읽는 우리는 그 일의 희생자도 가해자도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화를 비롯한 지금 사회에 과거보다 나아진 점들이 있다면 그것들 하나하나를 이룩하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일을 바르게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으로 감사함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의 목숨을 비롯한 많은 희생과 슬픔과 분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억울한 죽음과 슬픔의 세월을 반복해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