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숲속에 살고 있는 고슴도치는 다른 동물들에게 자신을 방문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게 조금 쓸쓸해 누군가 방문해주었으면 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길 바라는 상반된 마음도 가지고 있다. 혼자가 편하지만 오래도록 혼자인 것에 고독감을 느끼고, 누군가의 방문을 기대하지만 그 방문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까 봐 미리 걱정을 하기도 한다. 외로움, 망설임, 타인과의 관계, 방문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면서 고슴도치는 상상 속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방문과 편지를 받게 된다. 각각의 동물들은 저마다 개성적이고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과의 대화 곳곳에 철학적인 질문들이 들어있어서 가볍게 읽으면서도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그 질문들이 자꾸만 다시 떠올랐다. 전반적으로 고슴도치의 상상에 공감하진 못했지만 주인공의 고민과 외로움, 망설임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그냥 지금 네 모습 그대로 있는 건 어때?
외롭고, 아무것도 확신 못하고, 조금은 불안한 대로. 
그렇더라도 조금은 행복하지?  (...)

장수하늘소가 (본문 중 27p)

 

장수하늘소에게

편지 고마워. ​
​네 말이 맞아. 전부 내가 원하는 거야.
누군가 집에 찾아오는 걸 상상해볼게.
그리고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있을게.

고슴도치가. (본문 중 28p)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장수하늘소와 주고받는 편지에 이 책의 내용과 주인공 고슴도치의 성격이 예고되어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동물 이외의 '단어'나 '뿔', '가시' 등이 의인화되어 표현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그 장면들도 하나같이 인상적이었다. 상상인지 실제 방문인지 모호하게 표현되어있는 동물들이 제법 많지만 대부분의 방문은 책 안에서 한 에피소드 안에 끝이 난다. 그 와중에 한 번의 방문을 위해 꾸준히 다가오는 과정을 다른 에피소드들 사이에 여러 번 걸쳐 그리고 있는 동물이 둘 있다. 그 둘은 바로 거북이와 달팽이인데 이동속도가 느린 이 동물들은 고슴도치의 편지를 받고 너무 늦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서로 투다가 대기도 하며 고슴도치의 집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이 둘의 방문은 최종적으로 고슴도치의 외로움을 극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장면을 읽으면서 달팽이와 거북이의 사이처럼 고슴도치가 자신 있게 편지를 보낼 수 있을 만큼은 친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생기길 마음속으로 바랬다.

​고슴도치의 상상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뻗어나갈 때가 많아서 방문한 동물들의 언행이 다소 불쾌하거나 심각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에 반해 삽화 속 동물들은 너무나 평화롭고 귀여워 보일 때가 있었다. 이야기 속 고슴도치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에 빠지거나 우울해하고 있는데 그림 속 고슴도치는 그 모습마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볼 때마다 애정이 생긴다고 해야 할지,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표지 속 그림과 고슴도치, 그리고 동화(책날개의 글을 보면 톤 텔레헨을 동화 작가로 소개하고 있다.)라는 관심 있는 카테고리들이 모여있는 책이라 선물 받아 바로 읽게 되었는데 예상보다 많이 많이 좋았던 책이다. 책 뒷표지에 쓰인 글대로 '조금 외로워도, 조금 불안해도, 그런대로 조금은 행복한 이야기' 였다. 톤 텔레헨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아르테 출판사에서 출간된 작가의 책마다 표지와 삽화를 맡은 김소라의 그림도 너무나 취향이라 또 수집하게 될 것 같다. 필사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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