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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가 공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주인공들의 나이는 다양하지만 <사랑의 교차점>을 제외하면 전부 학생들이다.(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그리고 이 젊은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3개의 필명을 가진 이 책의 작가는 '오츠 이치라는 필명으로 미스터리나 호러를, 야미시로 아사코라는 필명으로 괴담을, 나카다 에이이치라는 필명으로 연애 소설을' 쓴다고 한다.(옮긴이의 글 중, 371p) 나는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주인공들이 가진 초능력에 포인트를 맞췄는데, 작가의 필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연애소설'이었다. 젊은 주인공들의 풋풋한 연애 감정과 사랑 이야기는 (모험과 도전은 있을지라도)대체로 큰 갈등이나 격변 없이 발랄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능력을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해 쓴다면 비록 그 힘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 얼마나 로맨틱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 - 옮긴이의 글 中
모든 이야기가 두근두근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하나같이 잔잔한 마음을 그리고 있어 읽으면서 조금 설렜다. 그중에서 가장 로맨스가 짙은 이야기는 <사랑의 교차점>이다. 이 이야기의 초능력은 사실 초능력이라고 하기 조금 애매하다. 연인과 손을 잡고 사람 많은 교차로를 건너려 하면 꼭 잡고 있는 손의 주인이 바뀌어버리는 것. 누구의 초능력인지, 원치 않는데도 제멋대로 실행되는 이런 사소하고 불편한 현상 때문에 이 커플은 결혼을 결심하기에 앞서 작은 불안을 품게 된다. 이 불안함을 깨기 위해 서로에게 더 굳건한 마음을 얻기 위해 두 사람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의 과정과 결말이 참 사랑스러웠다. 표제작인 <나는 존재가 공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는 능력을 얻은 주인공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노라 고백하는데,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 기적같은 순간을 만끽하는 소녀의 마음이 느껴져 조금 설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인 <소년 점퍼>였다. <소년 점퍼>는 공간이동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의 이야기인데 외모 때문에 이지메를 당하고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주인공 가케루에게 이 능력은 그다지 쓸모있지 않고 그 능력을 적극 활용할 의욕도 없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제외하고는 은근 낙천적이고 약간은 뻔뻔하고 태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는 가케루는 매력적이었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이야기의 전개까지 하나하나 다 마음에 들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주인공 가케루의 여행 방법이 정말정말 부러웠다. 공간이동 능력의 한계는 자신이 가본 곳에만 갈수 있다는 것인데, 그는 짝사랑하게 된 선배의 생일선물을 위해 어릴 적 가족여행으로 갔던 샌프란시스코를 기점으로 그랜드캐니언까지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하루 종일 낯선 곳을 여행하고 길을 걷다 밤이 되면 집에서 잠이 든다. 원하면 여행 도중 집 밥까지 먹을 수 있다. 비행깃값도 숙박비도 안 드는 최고의 여행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각 단편의 이야기 끝에는 한 장씩 이미지가 수록되어있다. 아마도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이미지화한 그림일 것이다. 가장 궁금했던 퍼니 페이스의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얼굴은 아마도 일본에서 깔끔하지만 평범한 이미지의 인물들이 아닐까. 초능력이 하나씩 추가되어있지만 그 외에는 평범한 각 나이대의 일상과 사랑을 담았다는 이야기의 의도를 생각해보며 그런 추측을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스몰 라이트 어드벤처>의 주인공이 내 상상과 가장 닮았고, <사이킥 인생>의 주인공의 모습이 가장 의외였다. 그리고 역시 <소년 점퍼>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