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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로 향하는 휴가길에 갑작스레 연인 레일라를 잃은 남자 핀.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1부는 그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는 레일라와의 첫 만남부터 그녀를 잃은 그날까지를, '현재'는 레일라의 언니인 엘렌과 만나고 그녀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와중에 레일라를 보았다는 목격담, 미지의 인물이 남기는 증거 등이 점점 핀의 목을 조여오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를 말한다. 핀의 단호한 말투와 몇 가지 거짓말을 포함한 여러 단서들은 과거 레일라가 사라진 사실과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현재를 몇 번이고 보여준다. 그럼에도 누군가 레일라가 살아있다는 이야기로 핀과 엘런을 흔들 때마다 그는 불안과 불쾌감에 휩싸인다. 그의 불안정한 현재와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기까지의 과거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내용을 읽는 동안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게 했다.
엘런과 내가 서로가 아닌 다른 상대와 사랑에 빠졌다면 이번 통화뿐만 아니라 만사가 훨씬 수월할 텐데. 레일라가 실종된 지 12년이나 지난 마당에 엘런이 레일라의 언니라는 게 문제가 될까?
당연히 문제가 된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걸맞는 앞서 설명한 분위기와는 반전으로, 본인 시점으로 쓰인 과거와 현재의 글은 동시에 레일라와의 사랑과 엘런과의 사랑을 이야기한다.(그 달달함이 왜 더 불안함을 증폭시키는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2년 전 사라진 연인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미 새로운 연인과 결혼을 약속하고 있는데 그녀의 귀환을 과연 환영할 수 있을까. 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에 독자는 이런 질문을 받은 한 남자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민들을 모두 엿볼 수 있다.
사람을 잃는다는 건 바로 그런 거다. 그저 웃자고 무심코 던졌던 말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는 것.
1부의 중후반부쯤 핀과 메일을 주고받는 미지의 인물이 등장한다. 핀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부드러울지라도 속마음을 다 보여주는 책의 서술자로서는 대범하고 단호한 생각을 하는 인물이자 주식을 가지고 노는 위험한 도박을 하는 등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곤 하는 인물이었는데, 루돌프 힐이라는 주소로 메일을 보내오는 미지의 인물은 핀보다 더 대범하고 도발적인 말투로 그와 메일을 주고받는다.
레일라가 살아있다는 걸 핀에게 증명하려 하는 그 인물과의 대결 같은 메일의 주고받음은 2부에서 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레일라는 살아있는 건지, 핀에게 메일을 보내는 그 인물은 누구인지 2부 이후의 이야기는 책의 전체 내용에서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되기에 생략하겠다. 아주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와 결말까지는 아니었지만 두 인물이 주고받는 불안정함과 초조함 때문에 읽기를 중간에 중단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다 읽고 난후 옮긴이의 말처럼 이야기의 전반에 꽤나 친절하게 깔려있는 복선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중간중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때의 쾌감이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로맨스와 스릴러를 오가는 묘한 매력과, 결말이 읽는 이에 따라 유쾌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야기가 끝난 후의 후련함을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