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고 난 후 첫 감상은 독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끝이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식물과 동물이 가진 독은 물론 그에 얽힌 유래나 신화들, 그리고 역사나 현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독살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잘 끌고 나가지 못했다면 독에 대한 모든 속설과 진실들을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등장인물들과 구성 자체는 소설의 특징을 잘 잡고 있어서 수많은 독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사람은 가장 순수한 상태로 태어나서 점차 주변의 것들을 흡수하며 성장하다 이윽고 체내에 나쁜 것들까지 흡수해 쌓아놓고 늙고 병들어 죽게 된다. 우리가 흡수하는 모든 것들 중에 '독'이라 부를 만한 것들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주인공은 태어나기 전부터 독과 접촉하고, 자라면서도 독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거나 매혹당하기도 하며 내내 독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 몽구보다 그 외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오히려 독에 대한 강박과 집착을 보이는 편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독과 중독에 대한 두려움, 매혹, 도취, 환멸 등에 대한 감각과 경험으로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안 받으며 관계를 시작한다.
독은 쉬이 주변에 감염을 일으키고 자신보다 더 센 독을 만나면 한번 앓고 난 후 더 강력해진다. 마치 독 그 자체였던 몽구는 만성 두통을 비롯해 자신의 특이점을 인지하고 그 특이점이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해하지만 자라면서 점차 그것들은 숨기는데 능숙해지고 타인의 시선에서 점차 평범한 사람인 것처럼 변화한다. 그에 반해 몽구의 독에 감염된 것처럼 몽구로 인해 범상치 않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주변 인물들은 뒤로 갈수록 더 불안정해지고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전반부에 등장했다 사라졌던 인물들을 포함해 모든 등장인물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 같기도 했다.